미국과 중국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국내 증시도 단번에 급등했다. 코스피가 6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증권주와 반도체주, 바이오·제약주가 가장 먼저 웃었다.
2일 코스피지수는 3.53% 급등하면서 2,090선을 회복했다. 이날 상승률은 지난 2012년 6월7일(3.64%) 이후 6년여 만에 최고치다. 코스닥도 5.05% 급등한 690.65에 장을 마쳤다. 11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코스피·코스닥 모두 장중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상승률을 높여갔다. 결국 상승 마감으로 끝났지만 장중 주가가 계속 출렁였던 최근에 비하면 반등 신호가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는 등 무역분쟁이 완화될 기미가 나타나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됐다. 코스피 전체 종목 중 822개가 상승했고 하락한 종목 수는 64개에 그쳤다.
이날 반등장 속에서 가장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업종은 증권, 반도체, 바이오·제약이었다. 증시가 반등하자 최우선 수혜주인 키움증권(9.87%)·NH투자증권(9.35%)·삼성증권(8.11%)·미래에셋대우(7.75%) 등 증권주가 대거 급등했다. 코스피 증권업종지수도 6.8% 올랐다. 증시 대표주인 반도체주도 올랐다. 특히 전일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급등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4.7% 오른 4만4,150원에, SK하이닉스는 6.3% 상승한 7만2,600원에 거래됐다. SK하이닉스 주가가 7만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처음이다. 특히 두 종목은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주가가 떨어지는 등 역사적 저평가 상태라는 지적이 많았다.
바이오·제약주도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이날 코스닥 제약업종지수는 5.5%,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3.98% 상승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각각 3.96%, 2.95% 올랐고 코스닥 시가총액 1·2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신라젠은 7.58%, 10.14%씩 급등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장이 반등하자 그동안 낙폭이 컸던 업종, 실적이 좋은 업종들을 중심으로 많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워낙 정치적 이슈에 휘둘리다 보니 앞으로의 방향을 알기는 어렵지만 한 달 동안은 반등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부터 29일까지 이어진 급락장에서 코스피지수 하락률은 14.8%에 달했다.
자금도 소폭이나마 돌아오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18일부터 30일까지 9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던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날 4,403억원을 순매수했다. 9월21일(순매수금액 8,245억원) 이후 오랜만에 대규모 순매수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순매수한 금액은 총 8,681억원에 달한다. 기관투자가들은 이날 순매도에서 오후 들어 순매수로 반전하면서 장 마감까지 12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유주희·박경훈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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