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 쇼크’로 한국 증시에 대한 저평가가 전보다 오히려 심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태를 촉발한 외국인 자금 이탈은 중국 등의 영향으로 향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선진국 지수 편입 등 증시의 체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증권거래세 폐지를 포함한 세제개편과 연기금 등 기관의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바닥에 추락한 투자심리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증시 대진단 정책토론회-한국 저평가의 원인과 대책’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글로벌 증시 하락에서 유독 한국이 부진했던 것은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최근 더 심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현금배당 지급액은 지난해 26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었으나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하면 여전히 적고 지배구조 역시 아직 투명해졌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또 전체 상장사 이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화학 업종의 부침이 심한 점, 미국 경기 호전에 우리나라가 전혀 편승하지 못하는 점 등도 요인으로 꼽았다. 김 센터장은 “국내 가계는 2009년 이후로 주식시장을 외면하고 있다”며 “2011년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53조원 이상이 순유출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국내 주식시장이 저평가로 가격이 내려갔는데도 외국인 투자 유인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신흥국 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면 그만큼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른 국가들의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권구훈 골드만삭스증권 전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투자 비중이 정해진 한 외국인 투자가 급증할 가능성은 낮다”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서 빠지고 선진국 지수에 편입돼 ‘체급’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권 전무는 “(MSCI 신흥국 지수에 머물렀던) 지난 30년 동안 한국 증시는 ‘고등학교 3학년’에 머물렀던 것”이라며 “계속 불이익을 받아왔다”고 강조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증권사 사장단 사이에서도 신흥국 일괄 매도에 의한 국내 주식의 기계적 매도, 중국의 비중 확대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영국 FTSE,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지수는 이미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MSCI만 유일하게 한국을 신흥국 지수에 편입한 상태다. 글로벌 인덱스펀드들이 투자 지표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MSCI 지수다. 현재 중국과 한국, 대만, 인도, 브라질 등 24개국이 MSCI 신흥국 지수에 묶여 있다.
하지만 최근 주요 지수의 등락에 따라 기계적으로 편입된 종목을 사고파는 방식인 패시브 투자가 대세로 떠오르고 이번 외국인 자금 유출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MSCI 편입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MSCI가 신흥국 지수 내 중국A주의 비중을 현재 0.7%에서 내년 8월까지 2.8%로 늘릴 계획이라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중국A주의 시가총액 범위도 5%에서 20%까지 확대되는데 이럴 경우 1조7,000억원 이상의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빠져나가 중국으로 향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A주의) 거래 범위가 시총 100%까지 확대된다면 5조4,000억원이 이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개인투자자들의 위축된 투자심리를 개선하기 위해 세제개편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증시와 경쟁관계인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는 거래세를 인하해 우리보다 낮고 일본은 폐지했다”며 “거래세는 단기적으로 낮추고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수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실장은 “국내 증시 영향을 줄여나가는 게 국민연금이 생각하는 공공성의 원칙”이라며 “국내 주식을 줄이고 해외 주식을 늘려 위험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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