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연휴에 성묘도 하고 국내외 여행도 다니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휴게소라든지 어느 장소를 가든 국내외 건축물을 만났을 텐데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되면 훨씬 인생이 풍부해질 것입니다.”
이상현(55·사진)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는 최근 경기도 용인의 대학 교정에서 기자와 만나 “건축물은 흔히 ‘둘러본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만큼 눈으로만 보지 말고 머리와 마음으로 느끼라는 뜻”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그는 건축물을 인문학적·실용적 관점 등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한 ‘건축감상법(발언미디어)’을 내놓았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간대 석사와 하버드대 박사를 마친 그는 건축 설계와 디지털 디자인을 가르치며 ‘도시공간과 인간의 삶’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우선 그는 “건축물 감상에는 눈으로 보거나 몸으로만 느껴서는 찾아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천장이 매우 낮거나 긴 복도가 있다면 다 이유가 있는데 그것을 머리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눈과 몸으로 하는 건축물 감상과 머리로 하는 감상의 가장 큰 차이는 ‘상상력’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예를 들어 김인철 건축가가 지은 주택(숲에 앉은 집)이 길이가 무려 60m나 되는 것은 바쁜 전문직 은퇴 부부가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즐기도록 ‘느림의 미학’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것을 알아야만 건축물의 형태를 이해하고 가치를 온전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체계적인 건축 감상법을 알게 되면 애창곡이 한두 곡에서 서너 곡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부석사·국회의사당·예술의전당·청와대·정부세종청사 등 국내 건축물은 물론 파르테논신전·포세이돈신전·소피아성당·피렌체성당·노트르담성당·케네디기념관·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마리나베이샌즈호텔 등 해외 건축물까지 수많은 사례를 들어 건축물의 의미를 풀어냈다.
개인적인 추억이 서린 건물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청남도 아산의 신창휴게소는 남루해 보이는 건물이지만 지날 때마다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 아주 소중한 건물”이라며 “언제까지나 거기에 그대로 있었으면 하는 건물”이라고 소개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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