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원장이 말끝마다 ‘해고하겠다’고 한다. 의료기록부에 얻어 맞는 일도 종종 있다. 정신적으로 고통이 크다. 당장 그만두고 싶다.” (치과 접수담당)
사례 2. “월급이 낮은데다 추가근무수당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사장이 잘 아는 선배여서 그만두기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하나” (건설업·용접담당)
이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사표를 내고 회사를 그만두면 된다.
그러나 상사 얼굴을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고 회사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면? 요새 일거리가 차고 넘치는 회사 분위기상 사표를 내도 쉽게 받아주지 않을 것 같다면?
일본에는 이럴 때 도와주는 스타트업 회사가 있다. 이름도 엑시트(Exit). 사표를 대신 내 주는 회사다. 첫번째 사례의 경우, 퇴직을 원하는 직원 대신 엑시트에서 치과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퇴직을 통보했다. 원장의 수락도 받았다. 사표와 카드 키 등 회사소유 물품은 우편으로 보내기로 했다. 두번째 사례는 먼저 근로자가 회사에 온라인으로 사표를 보냈다. 그런 다음, 엑시트에서 회사 대표에게 전화해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보험증 유니폼등 회사소유 물품은 추후에 근로자가 회사에 보내주기로 했다. 엑시트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실제 퇴직 대행 사례다.
더 재팬 타임스(The Japan Times)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7년8월 자본금 100만엔(1,000만원)으로 일본 도쿄 신주쿠에 설립됐다. 회사 업력이 1년에 불과함에도 700~800건의 사표제출대행 실적을 올렸다. 요즘도 매달 100여명씩 상담자가 몰리고 있다. 이용요금은 정규직의 경우 5만엔(약 50만원), 파트타임은 4만엔(약 40만원)이다. 2번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면 1만엔을 할인해 준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요금이 비싸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사표제출처럼 스트레스 생기는 일을 대신 해주는 것 치고는 괜찮은 투자라고 말한다.
“사표내는 일은 참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심한 일입니다. 우리가 그같은 부담을 덜어주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죠”. 엑시트의 공동 창업자인 도시유키 나이노(Toshiyuki Niino)의 설명이다. 그는 어릴 적 친구 유치로 오카자키(Yuichiro Okazaki)와 함께 창업했다.
엑시트가 근로자와 회사의 중간에 서서 사표를 대신 제출해 주고 회사의 반응 역시 근로자에게 전달해 주지만, 퇴직위로금 등 협상이 필요한 일에 직접 나서지는 않는다. 이런 협상은 보통 엑시트가 근로자 대신 사표를 제출 한 뒤 근로자와 회사 간에 이메일 등으로 진행된다.
이같은 서비스가 성행하는 이유로 최근 일본의 노동시장 상황이 종종 언급된다. 일자리는 많은 반면 일할 사람은 적은 상황에서, 근로자들은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로 옮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기존 직장은 새 직원 뽑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표제출을 극력 억제하며 사표수리도 잘 안 해주는 반면 근로자들은 빨리 사표를 내고 좀 더 조건이 좋은 회사로 옮기려 한다. 그 틈새시장을 새로운 스타트업이 기가 막히게 파고 든 셈이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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