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번 공급대책에 대해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서울 집값 안정화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정책추진 속도와 신도시를 비롯한 주요 택지의 위치 및 공급 방식에 따라 성패가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급대책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집값에 당장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경제신문이 학계와 금융계·업계 전문가 10인에게 대책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적 평가가 5명, 미흡하다는 평가가 4명, 유보적인 평가가 1명으로 팽팽했다. 우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전문가들은 공급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면을 높이 샀다. 1기 신도시보다 서울과 가까운 곳에 만들겠다고 밝힌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지금까지 집값이 오른 것은 세제나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 문제였다”며 “물량이 아쉽기는 하지만 공급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도심 내 대규모 부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과 준주거·상업지역의 주거용적률을 높인 것은 긍정적”이라며 “단지 물량으로 승부를 건 측면이 있지만 수요자들이 원하는 집으로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전문가들은 경기도에 물량 공급을 집중하는 점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빠진 점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물량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하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30만가구를 공급한다고 해놓고 첫 발표가 10분의1에 불과하다. 이미 추진하기로 돼 있는 신혼희망타운을 끼워넣은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정부나 일산에도 아직 물량이 넘치는데 또 경기도에 공급할 이유가 없다”며 “서울 도심의 경우에도 그린벨트 해제는 못 하고 공급은 해야 하니 용적률 완화와 같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도 “1만가구면 두세 달 치 수요에 불과하다. 본질은 재건축·재개발에서 공급을 늘려줘야 집값이 잡힌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당초 공언한 만큼의 임팩트가 없는 대책”이라며 “성동구치소와 강남 개포 재건마을 등 매력적인 입지가 있지만 총량이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익고 충분하지 않은 공급대책은 정책효과를 떨어뜨려 정책에 대한 내성을 만들고 시장의 공급 갈증을 부추겨 정부가 보완책을 다시 내놓아야 하는 악순환을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집값 전망에 대해서는 공급대책까지 나왔지만 추가로 호가 하락 폭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집값에 대해서는 지금 추세로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두 연구실장은 “지금까지는 올해 말까지 약보합을 예상했지만 이번 대책으로 강보합이나 상승을 예상한다”며 “종합부동산세는 국회도 통과해야 하고 실제 부과에 1년 이상 걸리는데다 공급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집값을 안정세로 돌릴 만큼 충분한 공급대책은 아니다”라며 “지난주 발표된 대책 효과도 감정원 가격지수를 보면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세 불안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의 경우 대기수요가 늘면서 불안해질 수 있다. 정부가 집주인에게 계속 부담을 주고 있어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가을 이사철부터 시작해 내년부터는 집값이 아닌 전세 가격을 관리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윤선·이완기·이재명기자 sepy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