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물론, 수많은 비리 의혹에 휩싸인 국내 최대 규모의 복지재단인 ‘형제복지원’ 사건이 30년만에 사법부의 재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가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라고 13일 권고했다. 비상상고란 형사사건 확정판결에 법령 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며 대법원에 직접 상고하는 비상 절차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불법으로 감금하고 강제 노역을 시킨 사건이다. 그 과정에서 학대와 폭행, 암매장 등 인권유린이 이뤄졌다는 폭로가 나왔고 복지원에서 집계된 사망자만 513명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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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은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을 불법감듬 등 혐의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은 정부(내무부) 훈련에 따른 것이었다며 무죄로 판단, 횡령죄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개혁위의 비상상고 권고 소식이 전해지자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생존자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은 성명을 통해 “사람이 죄도 짓지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막 사람을 구금해도 되느냐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사회에 나와서도 좋은 사람 얼굴로 우리들에게 ‘부랑인’이라 낙인찍던 사람들의 배제를 처절하게 겪어왔다”면서 “우리는 아무런 이유 없이 형제복지원에서 인권 유린을 당한 사실에 그 어떤 진상규명과 사과도 받지 못하고 풀려났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법원으로 제출하여 잘못 잡힌 과거를 바로 잡아가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권준영기자 kjykj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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