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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김복동 할머니, "1000억원 준다 해도 우리는 받을 수 없어"

/사진=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 화제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3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 청사 앞.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2) 할머니는 흰색 우비를 입고 휠체어에 앉은 채 ‘화해치유재단 즉각해산’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는 이날부터 9월 한 달간 외교부 앞에서 매일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는데 김 할머니가 1번 주자로 나선 것이다.

암으로 투병 중인 김 할머니는 닷새 전 수술을 받아 거동이 어려운 데다 날씨까지 얄궂게 도와주지 않았지만 답답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이날 길거리로 나섰다.

김 할머니는 빗속에서 30여 분간 외교부 청사 앞을 지키다 발길을 돌렸다.

김 할머니는 “어떻게 일가친척도 아니고 팔촌도 아닌 사람들이 얼굴도 모르고, 우리 보러 오지도 않은 사람들이 할머니들 팔아서 그 돈으로 자기들 월급 받는 것이 참 우습다”며 “전 세계 돌아다녀도 우리 같은 나라는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위로금을 받으려고 이때까지 싸웠느냐. 위로금을 1000억원을 준다 해도 우리는 받을 수 없다”며 “우리가 돌려보내라고 했으면 적당히 돌려보내야 할 텐데 정부는 해결해준다고 해놓고 아직도 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화해·치유 재단은 2015년 한·일 합의에 따라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으로 설립됐으나 합의에 대한 논란과 함께 10억엔 반환과 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현재 사실상 기능이 중단된 상태다.

김 할머니는 일본 언론에서도 취재를 나왔느냐고 물어본 뒤 아사히 신문 특파원에게 “일본 정부가 과거 식민지 시대에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라는 이야기를 늙은 김복동이가 하더라고 신문에 내서 아베 (총리) 귀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나는 비참한 식민지 시대를 겪었지만, 아베는 말로만 들었지 겪어보지 못했다”며 “버틸 걸 버텨야지 자기네들은 무조건 안 했다, 우리는 모른다고 할 게 아니라 아베가 나서서 해결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연은 지난달 6일 화해치유재단이 입주한 서울 중구 한 빌딩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며 재단의 해산을 촉구하는 ‘1차 국민행동’을 벌여왔으며, 이달에는 외교부 청사 앞에서도 동시에 시위하며 ‘2차 국민행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권준영기자 kjykj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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