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은 예로부터 인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다. 급여(salary)가 소금(salt)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듯이 기본적 생존권이자 재화였다. 소금이 국가의 주요 재정 수입원으로 오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프랑스에서는 1268년 ‘가벨’이라는 이름으로 소금세를 만들어 8세 이상 국민은 일주일에 한 번씩 소금을 의무적으로 사야만 했다. 가벨의 세율과 할당량은 왕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바람에 판매가격이 원가의 20배에 달할 정도로 폭리를 취했다고 한다. 소금세를 내지 못해 매년 3만명이 투옥됐고 500여명이 처형됐으며 결국 프랑스 대혁명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중국 당나라는 과도한 소금세 탓에 290년의 역사를 마감하기도 했다. 당나라는 한 말에 10전에 불과한 소금에 가혹한 소비세를 붙여 300전 이상의 가격에 판매하면서 한때 소금 전매수입이 전체 세수의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금 밀매업자들의 조직적인 반대에 부딪혀 결국 ‘황소의 난’을 겪어야 했다. 소금장수의 아들인 황소가 수도를 점령한 것도 전국에 깔린 소금 판매조직 덕택이었다고 한다.
프랑스 의회가 염분이 많은 빵이나 쿠키 등 식품에 ‘소금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세금으로 판매가격을 올려 짠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비만세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건강을 핑계로 내세운 과도한 국가 개입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세금부담이 커지면 조세 저항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어느 나라든 세금이 잘 걷힌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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