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패스트푸드 매장은 번화가의 상징과도 같았다. 목 좋은 핵심 상권에 기본 2~3개 층으로 넓은 홀을 갖춰 ‘만남의 장소’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대형 매장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매장 규모를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한편 소형 매장에 맞는 작은 크기의 조리 기구를 개발하는 등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는 기존 40평이었던 ‘최소 매장 면적 기준’을 올해 처음으로 포기했다. 대신 소형 매장 타입을 늘려 평균 25평짜리 ‘패밀리’형 매장 A·B·C타입을 선보였다. 임대료 부담으로 대형 매장 유지가 어려운데다 인건비를 충당하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배달 고객이 늘면서 매장 방문 고객이 줄었다는 점도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다. ‘패밀리형’이라는 이름도 가족이 직접 운영하는 ‘생계형 매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당 타입의 매장은 서울 연희동, 금천구 등 올해에만 20여 곳이 추가로 출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해당 매장 규모가 일반 매장보다 최대 37.5% 작아 모든 집기가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규모가 작은 A 타입의 경우 새우버거, 치킨버거 등만 판매하고 B 타입은 여기에 아이스크림이 추가된다. C 타입에는 불고기 버거 메뉴 등이 추가돼 사실상 C 타입의 매장 출점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리아 측은 “패티 그릴이 없는 A 타입과 B 타입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매장을 연 사례는 없다”며 “C 타입의 경우 소형 매장에 맞는 크기의 집기를 새로 개발해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매장은 24시간 운영도 강제 사항이 아니다. 24시간 운영할 경우 매출보다 인건비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롯데리아는 임대료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홍대역 인근의 홍대점도 폐점한다는 계획이다.
버거킹과 KFC도 역세권에 소규모 매장을 속속 내고 있다. 최근 문을 연 매장은 대부분 1층에 입구와 주방, 주문 데스크를 설치하고, 2층에 소규모 좌석을 배치하는 식이다. 이 같은 매장은 ‘집객 효과’를 누리면서도 상대적으로 임대료는 적게 낸다는 장점이 있다. /박윤선·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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