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6일 열린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 세법개정안은 소득분배 개선과 지속 가능 성장 등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지원과 이를 통한 소득분배 개선이 제1의 목표임을 강조한 것이다.
‘2018년 세법개정안’은 복지 확대로 인한 조세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근로장려금(EITC)과 자녀장려금(CTC) 확대로 누적기준으로 내년에 3조2,810억원의 세수가 감소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0년 2조7,189억원 △2021년 3조1,189억원 △2022년 2조6,525억원 △2023년 이후 8,305억원 등이 줄어든다. 향후 5년간 무려 12조6,018억원이나 세수가 감소한다. 세수 증대가 감소로 돌아선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에는 대규모 감세를 통한 기업 활력 제고에 목표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부자증세’를 통해 고소득자와 대기업에서 5년 동안 26조4,000억원의 세수를 늘리기로 했다.
물론 저소득층 지원이 뚜렷한 효과를 낸다면 조세지출 확대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렇다 할 분석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다. 김 경제부총리는 EITC 확대에 따른 소득분배 개선 효과를 묻는 질문에 “내부적으로는 (숫자가) 있지만 이를 얘기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효과 분석은 빠른 시간 내에 좀 더 면밀히 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면세자 감면은 손도 대지 않았다. 가만 둬도 줄어든다는 논리다. 지난해 40%에서 올해에는 37~38%로 낮아진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기재부는 “가만히 두면 자연적으로 감소해 과거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해 증세를 하고 세수가 감소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소득공제처럼 조세저항을 부를 수 있는 부분도 축소·폐지 대신 연장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복지를 확대하고 조세지출을 늘리면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금의 예산 및 조세지출 확대는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이기 위한 후속조치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재정만능주의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정부의 채무 증가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내년 말 국가채무 비율은 39.9%로 오는 2020년 40.3%를 기록해 40%를 넘어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2%는 2021년에 넘어선다. 관리재정수지는 -3%가 되면 위험선에 든 것으로 본다. 반도체 호황에 내년까지는 세수가 호황이지만 그 이후에는 급격하게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직 장관 출신 고위관계자는 “취약층 예산지원을 확대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조세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정부가 혈세를 계속 투입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효과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성공시키기 위해 재정건전성은 상관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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