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와 스파이가 섞여서 환상적 디스토피아가 탄생했다. 미래를 다루는 SF지만, 첨단기기가 난무하는 할리우드 SF와는 궤를 달리하는, 김지운 감독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대작이 베일을 벗었다.
20일 오후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인랑’ (감독 김지운)언론시사회 및 간담회가 열렸다. 배우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최민호(샤이니)와 김지운 감독이 참석해 작품 이야기를 들려줬다.
‘공각기동대’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 원작의 1997년 판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인랑’은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절대 권력기관 간의 숨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담았다.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을 배경으로 한다.
‘인랑’은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새로운 해석이 공존하는 영화다. 한국적으로 확장된 세계관과 김지운 감독 특유의 미쟝센과 스타일, 그리고 살아 숨 쉬는 캐릭터들까지 눈에 띈다.
김지운 감독은 “마니아들의 추앙을 받는 원작이 있기 때문에 두려움이 컸다. 원작의 아우라를 한국 배경으로 실사화했을 때 어떤 것들을 구현해야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한국화를 하면서 통일 이슈를 끌고 들어왔다.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이 선포된 후의 있을 법한 미래의 한국을 통째로 구현해 냈다. 또한 강화복, 지하수로, 빨간망토, 음악, 기관총 등 여러 가지 들이 새롭게 들어왔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 권력 기관과의 암투같은 것인데 통일 이슈를 갖고 오면 암투를 잘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작자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사이버 펑크의 대가이자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의 세계관을 그리기로 유명한 감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작을 보면서 모호한 세계나 어둡고 무거운 세계관들, 오시이 마모루의 허무주의를 좋아했지만 실사화를 하면서 새로운 접근과 나의 해석이 들어가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인랑’은 집단과 개인의 문제와 관계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감독은 “진짜 무의식의 주제를 말하자고 한다면 집단과 개인의 문제와 관계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영화 제목인 ‘인랑’은 사람 인(人), 이리 랑(狼)이 섞여 2가지가 부조화된 ‘늑대인간’이라는 뜻이 담겼다. 주인공 ‘임중경’(강동원)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인간의 모습과 늑대의 모습, 인간병기로 길러진, 또 그것을 강요하는 한 인물의 갈등하고 내면에서 충돌하는 고뇌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최정예 특기대원 임중경으로 분한 강동원은 강도 높은 액션부터 내밀한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 전반을 책임졌다.
강동원은 “어쨌든 극을 끌고나가는 느낌이라 묵묵히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표현을 잘하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할 땐 연기자로서 답답하다. 이번에도 뭔가 하고 싶은 욕심이 날 때도 있었는데 그런 걸 내려놨다. ”고 말했다.
이어 ”액션도 열심히 했다. 아까 배우들이랑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오면서도 말했는데 많이 찍었음에도 강화복에 얼굴이 숨겨져 있어서 그런지 별로 안 나온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면서 ”(30KG이 넘는)강화복 액션신이 제일 힘들었다. 또 너무 추워서 고생했다. 무거운 것도 무거운데 움직이는 게 힘들어서 고생을 했다. 관객들이 좋아하면 행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초로 만나는 정우성과 강동원의 호흡 또한 볼거리. 한국 액션의 명장면을 숱하게 가진 두 배우의 액션 합은 물론, 멘토와 멘티 같은 특기대 훈련소장과 정예대원으로 만난 둘의 입체적인 관계는 또 다른 호흡을 불어넣는다. 정우성은 ”강화복이 무겁긴 했는데 강렬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몸의 희생이 필요했다. 강동원과 같이 고생하면서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극 중 강동원과 같은 특기대원으로 등장하는 최민호의 임팩트 있는 등장도 화제가 됐다. 김지운 감독은 그룹 샤이니 출신으로 영화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최민호에 대해 ”요즘은 아이돌과 연기자의 구분이 없지 않나. 특히 최민호 씨는 연기 욕심이 많은 분이다“라며 ”최민호 씨가 가진 연기에 대한 열정과 생각을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인랑’은 장르가 비주얼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김지운 감독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인랑’을 두고 ‘본격 SF 얼굴 대잔치 영화’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벽 뚫고 백 투더 퓨처 SF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캐스팅에 대해서는 “잘생긴 것뿐 아니라 연기까지 잘하는 배우들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털어놓기도. 감독은 ”특기대의 신체적인 조건이 있으니까 비주얼적으로 완벽한 피사체가 필요했고 이런 그림 같은 얼굴들을 캐스팅하게 됐다. 배우들에게 끊임없이 캐릭터를 생각하고 긴장을 놓지 않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근 미래에 대한민국이 처할 가상의 디스토피아, 더 나아가 우리가 꼭 도달해야 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점쳐보게 한 영화 ‘인랑’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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