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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력 의미 뭐냐"...김상조 일감 몰아주기 해법에 뿔난 투자자

'비주력 계열사 지분매각' 한달간

삼성SDS 등 SI기업 주가 급락

소액주주 '비주력 기준' 질의에

공정위 명확한 답변 못내놔

일부 주주 "공정위 고소·고발"





삼성SDS 주주와 투자자들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단단히 뿔이 났다. 대기업 오너 일가가 소유한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지 않으면 공정위 조사를 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경고’와 함께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삼성SDS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조3,000억원어치가 사라졌고 일부 주주들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김 위원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검찰 고발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9일 삼성SDS는 전일보다 1.68% 하락한 20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김 위원장은 오너를 겨냥해 ‘비주력 계열사 매각 발언’을 던졌지만 피해는 이들과 관계없는 주주와 투자자가 입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지배주주 일가가 비주력·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발생한다”면서 “지분 매각 요구를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그런 구조가 계속 이어지면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해당 업종에 대해 시스템통합(SI)·물류·부동산관리·광고라고 꼭 짚어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학자 때부터의 소신이지만 이날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SI업체인 삼성SDS의 주가는 14% 하락한 후 약세를 이어갔다. 삼성SDS소액주주모임은 최근 청와대 청원을 비롯해 공정위에 간담회 발언에 대한 질의와 대책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의 취지를 이해하더라도 학자가 아닌 행정부처 수장으로서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발언을 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김 위원장은 6월19일 세미나 기조 강연에서 “문제 삼은 부분은 비상장인 상태에서 대주주 일가가 다수 지분을 보유하면서 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얻고 공정거래를 해치는 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모임은 18일 공정위의 회신 공문에 ‘비주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이 담겨 있지 않았다면서 피해대책이 없으면 공정위 고소와 고발을 강행하겠다고 했다.

당사자인 대기업도 속뜻을 해석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상장사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지만 비상장사이면서 비주력 계열사인지, 아니면 둘 중 하나에만 해당하면 매각해야 하는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비주력 업종에 해당하는 대기업의 상장계열사 관계자도 “상장사라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각 기업마다 다를 것이며 시장이 비주력 사업으로 판단했다면 비주력이면서 비상장인 기업부터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I업무를 타 계열사에 맡기라는 공정위의 정책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온다. 공정위는 2017년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그동안 예외로 인정하던 보안성·긴급성·효율성의 여지를 크게 줄였다. 기업들은 SI나 광고를 타계열사에 맡기는 것은 신제품이나 고객정보 등 영업기밀을 넘기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해외 사례를 들어 영업기밀을 유출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입장이지만 사고가 터진 후 배상을 받는 것은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항변한다.

물론 일부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해외 계열사에 물량을 돌리거나 공시를 누락하는 등 꼼수를 부리는 것은 공정위가 칼날을 벼리게 만들었다.

공정위의 분위기가 강경해지자 기업들도 비주력 논란을 겪고 있는 계열사 매각에 나서고 있다. GS그룹은 SI 계열사인 GSITM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매각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GSITM은 허서홍 GS에너지 상무 등 총수일가가 지분의 80.6%를 갖고 있으며 계열사와 내부거래 비중이 70%를 넘어 공정위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

앞서 오뚜기도 상미식품지주와 풍림피앤피지주를 흡수합병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뚜기는 17일 상미식품지주와 풍림피앤피지주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합병 이후 존속회사 상호는 오뚜기다. 오뚜기는 이번 흡수합병으로 그동안 지적받아왔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오뚜기는 약 500억원 규모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함 회장과 그의 아들 함윤식씨 등 회장 일가로부터 사들였다. 지분 매입 대상이 된 비상장 계열사는 SI 업체 알디에스, 수산물가공업체 오뚜기물류서비스 등으로 매출액 대부분을 오뚜기에 의존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된 기업이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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