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과 경기하강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낮췄다. 다만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나와 오는 8월 또는 10월 인상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지만 금통위원 7명 중 이일형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소수의견을 금리 인상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이 위원은 한은 추천 몫 위원으로 한은 총재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해석되곤 한다. 이 때문에 조만간 금리가 오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은 선을 긋고 있다. 이날 이 총재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외금리 차로 자금유출이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계하고 있다”면서도 “(소수의견을) 금통위의 공식적인 인상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이를 고려하면 소수의견으로 8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칠 수 있지만 10월이 좀더 유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9월에 미국이 금리를 또 올리고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금리인상에 대한 목소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보다 우리가 0.5%포인트 낮은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하반기 두 차례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한미 간 금리 차가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 발표를 보면 금리 인상은 빨라야 4·4분기 이후가 될 확률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금통위 개최 후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을 2.9%로 지난 4월보다 0.1%포인트 낮춰잡았다. 내년 성장률 역시 0.1%포인트 내린 2.8%로 제시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정부(기획재정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낮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고 민간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2.8%), LG경제연구원(2.8%)보다는 높다.
한은이 전망치를 내린 것은 투자와 수출부진, 무역전쟁 여파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설비투자 증가율을 2.9%에서 1.2%로, 건설투자는 -0.2%에서 -0.5%로 떨어뜨렸다. 상품수출 증가율은 3.6%에서 3.5%로 조정했다.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석 달 전(705억달러)보다 55억달러 적은 65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지만 내년은 2.0%에서 1.9%로 낮췄다.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은 4월 전망 때와 같이 2.7%로 봤다. 하지만 고용 여건 개선 지연과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은 민간소비 증가세를 제약할 수도 있다고 한은은 강조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한안간담회에서 “미중 통상갈등이 심화하면 상황에 따라 내수·수출 동반부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리 경제에 심각한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세종=김영필·임진혁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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