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보험 업계는 즉시연금 가입자들은 평균 보험료는 2억~3억원으로 고액자산가들이 애용하는 상품인데 금감원이 눈치를 보느라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보험상품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금융감독원이 왜 일반 서민들이 가입하는 상품은 놔두고 돈 많은 사람들이 드는 즉시연금 문제만 빨리 처리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보험 업계 주장에 따르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저축성보험의 일종으로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부자들의 세금 회피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특히 비과세 한도가 현재는 일시납 기준 1억원으로 축소됐지만 지난해 4월 이전까지는 2억원이었고 지난 2013년 2월 이전에는 아예 한도제한이 없었다. 2013년 2월 이전에 10억원을 일시 납입한 경우 연 4.5%의 이율로 매월 연금을 받았다면 연간 4,500만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하는데도 이자소득세를 한 푼도 물지 않았던 셈이다. 이처럼 한번에 수억원의 목돈을 넣을 수 있는 부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보험상품을 금감원이 ‘금융감독 혁신과제’ 1순위로 내세운 것을 놓고 금융권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명보험 업계 전체로 봤을 때 즉시연금 미지급액 규모가 큰 것은 워낙 장기로 가입한 사람이 많은데다 향후 지급할 금액까지 포함했기 때문”이라면서 “1건당 미지급금을 따져본다면 얼마 되지 않고 부자들에게는 큰 금액도 아닐 수 있는데 금감원이 이들을 위해 금융회사와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보험사 약관인데 보험사들이 이제 와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시연금의 약관에 일일이 연금 산출 방법을 기재해 보험소비자들이 알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런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아 소비자 민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도 삼성생명 즉시연금의 경우 상품 약관에 ‘연금 지급 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누락됐다는 이유로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를 참조하도록 했는데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해야 한다면 약관 간소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보험사들이 약관을 책 한 권 분량으로 만들라는 것이냐”며 발끈했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금감원의 압박에 못 이겨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했다가 배임 등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즉시연금 미지급 일괄구제를 놓고 금감원과 보험사 간 갈등이 고조되는 데는 양측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보험사들이 주장해온 각종 규제가 풀어져 고객들은 보험사가 사업비를 얼마나 떼는지 등을 알 수가 없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감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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