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3차 조사 결과,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판결을 비롯해, 20개가 넘는 판결을 이른바 ‘국정 협력사례’로 취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4일 방송되는 KBS ‘추적60분’에서 판사들 뒷조사로 인해 불거진 블랙리스트 파문부터 재판 거래 의혹까지,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산산이 무너뜨린 사법농단 사태의 전말을 추적한다.
지난 5월 29일,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에 분노한 KTX 해고 승무원들이 대법원 대법정에 진입해 농성을 벌였다. KTX 여승무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긴급조치 손해배상 소송, 쌍용차 정리해고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등 재판거래 의혹 문건 속에 거론된 사건들만 20여 개! 하나같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시민사회가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꼽았던 판결들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한 사실이 결단코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과연 그럴까.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선 개입 사건의 경우,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작성된 문건은 알려진 것만 총 13개. 우리가 만난 전, 현직 판사들은 문건들의 내용은 물론, 이런 문건들을 법원행정처가 작성했다는 점에서 ‘재판 거래’를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은 곧 대법원장의 의중으로 통한다는 것. 과연 양 전 대법원장의 의중은 무엇이었을까.
‘소통하는 법원’을 내세우며, 퇴임하는 날까지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그러나 그 시절을 경험한 판사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윗사람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인물상을 수시로 강조했다는 것. ‘튀는 판결’을 한 판사에 대해 징계를 검토하거나, 이른바 ‘승포판(승진을 포기한 판사)’이라고 낙인을 찍으며, 3천 명 판사들을 통제하려 했던 대법원. 놀라운 사실은 이런 반헌법적인 계획을 세우고 문건을 작성한 이들이 다름 아닌 판사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진상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거짓말과 증거인멸까지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해당 법관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변질된 사법부의 민낯을 ‘추적60분’이 되짚어본다.
/김주원 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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