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당시 대학생이던 변형석 씨가 이동통신망으로 영화 한편(2.5GB)을 내려받으려면 얼마나 걸렸을까. 2000년 10월 상용화된 2세대(G) 이동통신 ‘무선분할다중접속(CDMA) 2000’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153Kbps로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데 약 36시간이 걸렸다. 하루를 꼬박 보내고도 다음날 절반을 더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2019년 3월 부장 승진을 앞두고 있는 변 씨가 새로 시작된 5G 망으로 같은 용량의 영화를 내려받으려면 어떨까. 최대 20G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5G망에서는 불과 1초면 가능해 데이터 전송 초기 때보다 13만배나 빨라진 속도를 즐길 수 있다.
1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한국에 휴대전화 서비스가 도입된 지 이 날로 정확히 30년이 됐다. 지난 30년간 이동통신의 진화 속도는 말 그대로 ‘롱텀에볼루션(LTE)급’ 이상이다. SK텔레콤(017670)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은 지난 1988년 7월 1일 음성통화가 가능한 아날로그(AMPS· Advanced Mobile Phone Service) 방식의 휴대전화 서비스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모바일’의 시작이었다. 지난 1996년에는 음성뿐 아니라 문자메시지(SMS)까지 전송 가능한 2세대 이동통신인 CDMA 서비스가 시작됐으며 2000년에는 무선인터넷까지 제공한 CDMA2000이 나왔다. 2003년에는 고속 인터넷과 영상통화 등이 가능한 2Mbps 속도의 3세대 이동통신 WCDMA가 상용화됐고 3년 뒤에는 속도가 7배 이상 빨라진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서비스가 시작됐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간단한 웹서핑 용으로만 활용되던 이동통신망은 지난 2007년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출시되며 폭발적 데이터 수요를 낳았다. 특히 2010년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본격 출시되며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열풍이 불었다. 이에 맞춰 지난 2011년 최대 75Mbps의 속도를 제공하는 4세대 이동통신 LTE 서비스가 시작됐으며 이후 LTE-A, 광대역 LTE-A, 4밴드 LTE-A 등으로 진화해 현재는 최대 1Gbps의 속도를 구현해 낸다.
단말기 또한 지난 30년 사이에 크기가 벽돌만한 이른바 ‘벽돌폰’에서 각종 초고화질 동영상도 몇 초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모습을 바꿨다. 당시 벽돌폰의 가격은 400만원이었으며 별도 설치비 60여만원까지 포함하면 당시 서울의 일부 지역 전세값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반면 현재 스마트폰은 20만원대에서 100만원대까지 종류가 다양해졌으며 내년에는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까지 등장할 예정이다. 가입자 수도 가파르게 늘었다. 휴대전화 등장 첫해 784명에 불과하던 가입자는 1991년 처음으로 10만 명을 돌파하고 1999년에는 2,000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현재는 6,506만명에 달한다.
이동통신은 내년 3월에 또 한번 획기적 변화의 흐름을 맞는다. 최대 속도 20Gbps에 반응속도가 0.001초에 불과한 5G 서비스의 등장이다. 5G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필수인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의 서비스 외에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자율주행차의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5G망은 1㎢에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기 100만대를 연결해 ‘초연결 사회’로의 급속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5G는 오는 2035년까지 누적 12조3,000억달러(1경3,700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휴대전화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SK텔레콤은 오는 9일부터 이달말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이동통신 30년을 돌아보는 특별 전시회를 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지난 30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통신망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와 게임 등 콘텐츠, 각종 무선기반 IT인프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일궈냈다”며 “5G 시장에서도 이 같은 주도권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인프라에 대한 투자 외에도 부가 콘텐츠 시장을 집중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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