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대차는 광주시가 사업 주체가 돼 지자체 예산과 시민펀드 등으로 ‘빛그린산단’에 자동차공장을 짓는 프로젝트에 사업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이날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차의 이번 빛그린산단 투자 검토는 광주를 떠나 대한민국 미래먹거리 산업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결정”이라며 “앞으로 현대차의 사업 참여 검토 의향이 조속히 실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기업이 성공하는 도시가 되도록 투자지원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부터 추진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지지부진하다가 현 정부가 들어선 후 속도를 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노사상생형 일자리모델 전국적 확산’이 포함되면서다. 사업 실현에 필수였던 현대차가 투자의향을 밝히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 추진은 날개를 단 모습이다.
투자가 실현되면 광주시는 오는 2020~2021년께 현재 완성차 정규직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 절반인 약 4,000만원으로 현대차의 차량을 위탁 생산하게 된다. 연간 생산규모는 약 10만대로 직간접고용 효과가 1만2,000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광주시는 예측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하면 지자체와 기업이 힘을 합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좋은 선례가 된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이 반발해 광주형 일자리의 실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이날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는 임금수준을 낮추고 고용불안을 초래해 경영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반노동 정부의 속셈을 드러내는 폭거”라고 반발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현대차가 일부 차량을 위탁 생산하는 게 핵심이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도 가동률이 75% 수준으로 생산라인이 여유가 있는데 물량을 위탁 생산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반값 연봉으로 생산해 이익을 남기려면 ‘가성비’ 높은 차를 만들어야 한다. 기아차의 경차 모닝과 레이를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가 대표적 모델이다. 하지만 현대차에서 대량 생산 모델인 아반떼보다 낮은 가격의 차는 엑센트가 유일하다. 엑센트는 국내에서 한 달에 500대, 수출은 약 6,000대밖에 안 팔린다. 연 10만대 생산 공장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배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차가 수천억원을 들여 개발한 친환경차를 위탁 생산할지는 미지수다. 이익을 남기지 못하면 광주형 일자리는 허사다. 이에 대해 윤 시장은 “경제성이 있는 신규 자동차 모델을 생산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의 반발도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은 대규모 투자 없이 바로 차를 생산할 설비를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시설이 남는데 왜 광주만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냐고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개입해 민간을 따라잡을 효율적인 공장을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소비자 취향은 첨단 사양인데 가성비로 승부하는 차가 장기적으로 팔릴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광주=김선덕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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