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공매도 폐지 대신 개인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공매도 대상 종목과 수량을 확대했다. 다만 공매도 규제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등 제재는 한층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접근성을 높이는 공매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삼성증권(016360) 배당 오류 사태 당시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져 공매도 폐지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지만 공정한 가격 형성과 시장 변동성 완화에 공매도의 역할이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을 통해 순기능을 살려 나가기로 했다.
우선 공매도를 개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증권금융의 대여 가능 주식 선정·배분 기준을 개선해 최소 대여 동의 계좌 수를 현행 100계좌에서 70계좌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주식 대여 물량에 개인 물량 이외에 증권사 등 기관이 확보한 물량을 포함할 예정이다. 증권금융의 수수료 조정을 통해 대주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신용도 및 상환능력 등의 문제로 공매도를 이용하지 못했던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활용 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개인이 증권금융의 대주서비스를 활용해 빌릴 수 있는 종목 수는 95개 종목(205만주)에 불과하고 5월 기준 개인 대주서비스 참여 증권사도 5곳밖에 안 되는 등 사실상 공매도는 기관과 외국인들의 전유물로 활용되고 있다.
문턱은 낮췄지만 공매도가 미공개정보 이용 등을 통한 불공정거래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관리·감독은 한층 강화하고 처벌 수위도 높였다. 금융위는 전담조사반을 두고 ‘무관용 원칙’에 따라 공매도 및 주문·수탁의 적정성 등을 중점 조사하는 등 공매도 조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차입공매도 관련 확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증권사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매도 포지션 보유자의 가격 하락 유도 등 호가규제 회피 행위를 명시적으로 시장질서 교란행위 유형에 포함시키고 거래소의 무차입 공매도 통보사항에 대한 조치 및 시세조종 등에 대한 조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공매도 규제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등 규제 위반에 대한 제재도 대폭 강화했다. 해외의 경우 공매도 규제 위반 시 벌금 등 형사처벌을 부과하고 있다. 공매도 규제를 계속적·반복적으로 위반하는 경우에는 고의가 없더라도 중과실로 판단해 과태료 부과 양정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규제 위반에 따른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는 과징금 부과도 검토할 방침이다.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기관이나 외국인이 주도하는 불공정한 시장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공매도의 장점은 살리고 문제점은 풀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주식 매매제도 개선방안’도 마련했다. 주식 매매 전 단계별로 주식 잔액 및 매매수량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을 마련했다.
특히 주식 입·출고 단계에서 사고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도를 설정하고 매매 시 실시간으로 증권사의 주식 잔액과 매매수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실시간 시스템을 거래소 시장감시 시스템과 연계해 무차입 공매도 적발에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잘못된 매매 주문이 들어왔을 경우 신속한 차단을 위해 증권사 전 임직원의 주문을 차단하는 ‘비상버튼시스템’도 구축된다. 이밖에 증권사 우리사주조합의 현금배당 절차도 개선한다. 증권사가 발행회사인 경우에는 우리사주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 과정에서 주식 입고가 이뤄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규정 개정 사항은 신속히 추진하되 공매도 제재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올해 3·4분기 중 마련해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