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기업 사주 C씨는 자신이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세운 페어퍼컴퍼니에 은닉하고 이 돈으로 사주가 대주주인 국내 법인의 주식에 투자했다. 그는 투자수익을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보내 숨겼다. 과세당국은 C씨에게 소득세 등 수십억원을 추징하고 해외금융계좌 미신고를 이유로 고발조치 했다.
국세청이 2일 해외에 소득이나 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자 39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착수했다.
국세청이 찾아낸 사례는 다양하다. 사주 아들이 버진 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로 허위 컨설팅 수수료를 송금한 뒤 이를 유용하거나 해외 기계장치 도입을 알선하면서 외국법인이 중개한 중개수수료 가운데 일부(리베이트)를 자신의 스위스 계좌로 보내 은닉한 경우도 있었다. 조사대상 39명 가운데는 탈루혐의 금액만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대금을 부풀리는 이들도 있었다. D씨는 수입단가를 부풀려 대금을 특수관계가 있는 해외 거래업체에 과다 지급하고 사주고 이를 몰래 돌려받는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했다. 국세청은 해당 기업에 법인세 수십억원을 추징하고 법인과 사주를 고발했다. 내국법인이 해외현지법인에 제품을 수출하고 외상매출금을 계상한 뒤 허위로 외상매출금을 감액하고 줄어든 매출금만큼 해외에 숨긴 사례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해당 기업에 법인세 수백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향후 역외탈세에 조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1차로 관세청과 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 유고나 기관이 갖고 있는 역외탈세 혐의정보와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자 정보 수집을 확대한다. 자료제출을 기피하거나 거짓자료 제출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직접 현지 확인을 할 방침이다. 또 세무전문가가 조세포탈행위에 개입한 게 확인되면 공범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파라다이스페이퍼스 같은 글로벌 역외탈세 사건에도 적극 대응할 생각이다.
실제 최근 국세청의 역외탈세 조사는 증가세다. 2012년 202건에 추징세액은 8,258억원 수준이었지만 2013년 211건 1조789억원으로 1조를 넘어선 뒤 지난해에는 233건 1조3,192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233명 중 6명은 고발조치했다. 특히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혐의자 37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시행했다. 지난달 말까지 23명에게 2,247억원을 추징하고 2명을 고발조치했다. 김현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대상에는 대기업과 사주, 일부 유명인사가 포함돼 있다”며 “국세청은 정당한 세부담 없이 해외로 재산을 도피하거나 은닉하는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며 고의적으로 해외에 소득과 재산을 숨겨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면 탈루한 세금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관세포탈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조세탈루 혐의가 있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