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공무원연금이 의결권자문사와 계약을 맺으며 ISS의 역할은 더욱 강화됐다. 대기업 오너들의 지배구조 강화와 승계작업에 찬성과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외국인 주주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CEO) 연임이나 합병·분할 등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안건에서는 ISS의 의견이 주총의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회사 경영진과 노조 측에서 주총을 앞두고 ISS에 의견서를 보내는 등의 사전접촉도 숨길 일이 아니다.
사모펀드 ‘젠스타캐피털’을 모회사로 둔 ISS는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이다. 국내외 1,900여개에 달하는 기업들에 자문을 해주고 있다. 회계사·법학자·금융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직원 1,100여명은 매년 115개국에서 2만개 이상 기업의 책임투자(RI)를 연구해 4만2,000여개의 주총 관련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권고한다. 인력 대비 방대한 기업들의 정보를 다루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과 함께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가 ‘자문사의 권력’으로 변질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에서 ISS가 실체를 드러낸 것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다. 국민연금은 당시 합병에 찬성했지만 ISS가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권고를 무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ISS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합병비율 등 여러 조건에서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공정하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편을 들어줬다. 이후 ISS는 KT&G·KB금융(105560)·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등 다양한 국내 기업에 대한 의견을 내놓으며 외국인 주주 선택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한국판 ISS’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ISS는 기본적으로 ‘주주 이익’을 우선시한다. 이 때문에 ISS의 힘이 커질수록 기업들의 배당과 현금 배당이 늘어나 중장기 투자가 위축된다. 업계 관계자는 “ISS의 권고 자체가 일종의 구속력을 갖고 있다”며 “계약 ISS는 외국인 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국내 법의 규제를 받지 않아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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