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5일 3조9,000억원짜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계획을 의결했습니다. 정부는 매년 한 해 동안 어떻게 살림살이를 운영할지를 계획하는 ‘예산안’을 짭니다. 올해 예산안은 지난해 12월 초 통과했죠. 추경은, 예산안을 짰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돈 쓸 곳이 생겼을 때 추가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죠. 정부는 앞으로 3~4년간 청년 실업이 더 극심해질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의 침체로 대형 공장 곳곳이 문을 닫으면서 전북 군산이나 경남 거제, 통영 같은 지역의 일자리 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고요. 새해 예산 집행이 시작한 지 넉 달 만에 추경을 편성한 이유입니다.
추경안을 뜯어보면 전체의 75% 가량인 2조9,000억원을 청년 일자리 대책에 배정했습니다.
대표적인 대책이 중소기업에 새로 취업하는 34세 이하 청년에게 1,0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것인데요, 대기업 수준의 인건비를 받도록 해 실업자 신분이면서도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청년들을 중소기업으로 최대한 많이 보낸다는 취지입니다. 세부적으로 취업 이후 5년간 소득세가 100%(연봉 2,500만원 기준으로 연간 45만원) 감면되고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청년에게는 교통비 월 10만원(연 120만원)이 지급됩니다. 전월세보증금은 3,500만원까지 최저금리인 1.2%(연 70만원)로 4년간 대출받을 수 있고요. 가장 큰 혜택은 청년근로자가 매년 200만원씩 3년간 매년 600만원을 저축할 경우 정부가 2,400만원을 얹어 만기 때 3,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내일채움공제로 연간 800만원의 소득효과가 생깁니다. 이 혜택들을 모두 더하면 1명당 연간 1,035만원을 지원받습니다.
이미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 근로자들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 재직자지원책도 함께 마련했는데요, 재직자도 소득세 감면과 교통비 지원의 경우 신규 취업자와 똑같은 혜택을 누리고 재직자용 5년형 내일채움공제는 1년 이상 재직 중인 근로자가 5년간 720만원을 저축하면 기업이 5년간 1,200만원, 정부가 첫 3년간 1,080만원을 지원해 만기 때 역시 3,000만원가량을 돌려받도록 했습니다.
기업들은 부담 없이 청년을 고용하도록 고용증대 기업에는 1명당 3년간 연간 900만원까지 인건비를 지원하고 또 근로시간 단축이나 일자리 나누기 시행 중소기업에 최대 1,600만원의 세제지원을 펼쳐 기업이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돈은 연간 3,000만원이라고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구조조정지역·업종 대책에는 1조원을 할당했습니다.
먼저 정부는 고용위기지역으로 전북 군산, 경남 거제·통영·고성·창원 진해구, 울산 동구 등 6개 지역을 지정했습니다. 이 지역들은 성동조선·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 등 조선소와 한국GM 자동차 공장이 밀집해 있습니다. 추경 예산은 크게 △구조조정 지역 근로자 고용유지와 생계 지원, 실직자 전직·재취업 지원에 1,000억원 △역내 조선·자동차 협력업체에 대한 경영안정자금·업종전환자금 등 지원에 4,000억원 △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투자·관광·인프라 지원에 2,000억원이 투입됩니다. 2,500억원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추가 지원을 하기 위해 목적예비비로 남겼습니다.
실직자의 생계부담을 줄이기 위해 구직급여(최대 240일) 기간이 끝나더라도 직업훈련에 참여하면 최대 2년간 구직급여의 100%를 훈련연장급여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자녀학자금, 생계비대출 한도도 각각 700만원, 2,000만원으로 확대됩니다.
구조조정 기업·협력업체에서 퇴직한 인력을 채용하는 연관 업종 기업에는 1인당 인건비를 연간 3,000만원까지 지원하고 또 구조조정 대신 휴직·휴업으로 일자리를 유지하는 기업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더 많이 지원해줄 계획입니다.
협력업체와 지역 소상공인 지원 방안으로는 경영안정자금을 포함한 긴급 유동성 공급 규모가 1차 대책에서 발표한 2,400억원에서 4,400억원으로 대폭 늘었고 위기지역 내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세금 징수, 체납 처분을 최대 2년 미뤄주고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소득세를 5년간 전액 감면해주기로 했습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1년까지 유입되는 에코 세대 39만명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재난 수준의 고용위기 상황이 예견되고 구조조정 밀집 지역의 생산 및 고용 위축 등 위기 가능성이 크다”며 “청년·지역 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급한 핵심 사업을 추경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을 두고 급한 만큼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큽니다. 대부분 3~5년 일시적인 지원에 초점을 맞춰 제대로 기능할 수 있냐는 우려가 첫번째입니다. 그리고 미묘한 형평성 논란도 여전합니다.
청년일자리대책의 경우 신규 취업하는 청년에만 지원이 집중되다 보니 기존 재직자들은 불만을 토로하는데요, 상당수 중소기업이 이번대책으로 신입직원과 10년차 과장급의 실질 임금이 비슷해질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습니다. 또 재직 청년을 위한 지원은 기업이 일정부분을 부담해야 하므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지역 대책도 그렇습니다. 조선과 자동차 직군에서 일했던 근로자들은 이미 상당한 연봉과 직업적 혜택을 누렸고, 이들 지역에서 장사를 해온 사람들은 그 수혜를 충분히 봐왔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이나 비슷한 시기 실직자들 입장에서는 특정 지역 특정 산업 실업과 구조조정에만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을 보는 게 불편합니다.
이런 이유로 일반적인 실직에 대한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고, 낙후지역에 대한 지원도 다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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