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이달 중 추진하려던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갑자기 난관에 부딪혔다. 2일 공식 취임하는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인터넷은행 은산(은행·산업자본)분리 완화에 반대해온 것이 알려지면서 주주들이 증자 참여를 꺼리고 있어서다. 금융권은 ‘김기식 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더 긴장하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T와 우리은행 등 케이뱅크 주요주주들은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방안을 확정하고 소수주주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소수주주들은 지난주 말 김 원장 임명 소식에 그의 재임 기간에는 지분규제 완화가 어렵고 성장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참여를 더욱 꺼리는 쪽으로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주사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가 (김 원장 재임 기간에)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서 (케이뱅크) 성장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전에도 증자 참여가 힘든 상황이었는데 (김 원장 취임으로) 사실상 증자 참여가 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증자 때마다 소수주주들이 실권이 발생하는 등 증자에 난항을 겪어왔지만 김 원장의 취임으로 아예 불참 쪽으로 확 기울어져 버린 것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특혜승인 의혹이 김 원장 취임과 함께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주주들에게는 부담이다.
‘김기식 쇼크’ 예고에 은행뿐 아니라 카드사·저축은행·대부업체들도 김 원장이 지적해온 개혁과제에 대해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 원장이 대기업 계열의 카드·보험사에 대해 “모기업이 몰아주는 자금의 운용수수료만으로 수익이 보장돼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게 알려지면서 카드·보험사 등은 내부 수익구조 등에 대한 정밀점검에 착수했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김 원장이 임명된 지난달 30일 해외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30여명을 긴급 소집해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박 회장은 회의에서 김기식 원장 체제의 정책 방향과 대응방안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박 회장이 ‘금융업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 원장이 강조해온 개혁과제에 대해 미리 점검하라는 메시지를 긴급하게 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미래에셋그룹 측은 “박 회장이 해외 일정을 끝내고 수개월 만에 입국해 주재한 회의였다”며 “(박 회장) 자신이 보고 들은 해외 주요 시장의 동향과 투자은행(IB) 업계의 흐름, 인수합병(M&A) 시장의 분위기, 앞으로 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후 퇴근하면서 서울경제신문 기자의 질문에 “(2일 공식 취임 때까지) 기다려달라. 이해해달라”며 소신발언을 자제한 채 말을 극도로 아꼈다. /황정원·손구민·강도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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