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 ‘중국 자동차시장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중국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올 1~2월 3.8%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4년 9.0%로 최고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하락을 기록해 지난해 4.6%로 반토막이 났는데 올 들어 더 쪼그라든 것이다. 한국의 대표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 중국 법인의 1~2월 판매량도 1년 전보다 29.4% 떨어졌다.
한국 자동차가 중국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현지 업체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온 영향이 크다.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2014년 38%에서 지난해 44%로 성장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리(吉利)자동차와 상하이승용차 등 현지 업체들은 판매량을 62.5%, 67.2%나 끌어올렸다. 특히 지리는 스웨덴 볼보, 영국 로터스 등 해외 업체 인수를 통해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차는 품질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도 옛말이 되고 있다. 자동차 품질조사기관 제이디 파워(J.D. Power)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의 ‘신차 100대 구입 후 90일 동안 발생 결함 수’는 2000년만 해도 외국 브랜드보다 396건 많았으나 2015년엔 22건까지 격차가 줄었다.
여기에 일본, 독일 회사들도 중국 시장 공략에 힘을 내고 있어 한국 업체의 위상이 약해지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 배치 이후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이 커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지만 중국 자동차 시장은 쉽게 포기하기엔 규모와 잠재력이 너무 크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하루 평균 7만9,000대로 2위인 미국(4만8,000대)을 크게 웃돈다. 1,000명당 차량 보유 수는 2016년 기준 116대로 미국(840대), 한국(416대) 등보다 낮고 자동차가 없는 면허 소지자도 약 2억명에 달해 잠재력도 높다. 주도면밀한 수출 전략으로 중국 시장 영향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은 중국에서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신에너지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은 2016년 신에너지자동차 점유율이 32.2%로 전세계 1위이고 전기차 충전기 보유량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중국 정부도 신에너지자동차를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의 핵심 전략산업에 포함시키는 등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수향 한은 조사역은 “현대차가 중국의 바이두가 주도하는 자율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처럼 신에너지·스마트 자동차 기술 관련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 중소 도시를 개척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한은은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이미 자동차 보유가 많고 환경 오염, 교통 체증 등으로 수요가 제한된다”며 “하얼빈, 허페이, 원저우 등 중소도시는 성장 여력이 충분한 만큼 이들 지역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