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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 해체 수순을 밟을까?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 Nelson Peltz의 공세에 몰린 180년 된 소비재 대기업 P&G가 성장 둔화 위기에 봉착했다. 기업의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급진적인 변화 뿐이다.







프록터 앤드 갬블 Procter & Gamble(P&G)의 지난해 역사적인 10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위임장(proxy) 대결이 펼쳐졌다. 주총이 끝나갈 무렵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자, 두 경쟁자는 악수를 했다. CEO 데이비드 테일러 David Taylor는 대결에서 승리가 유력해지자 “서로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근소한 차이라 최종 투표집계를 기다려야 했다.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는 “우리는 논의를 하겠지만 그들은 듣지 않을 것!”이라고 받아쳤다(여기서 ‘그들’은 P&G의 최고 경영진 및 임원진을 가리킨다). 테일러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대응을 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이사회 자리 하나를 놓고 벌인 각축전이 놀랍게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실은 그로 인해 미국 최대 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한 결과가 나와 펠츠가 결국 이사회에 들어가지 못한다 해도, 그는 결코 물러서거나 P&G의 혁신을 위한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트라이언 펀드 매니지먼트 Trian Fund Management가 35억 달러 규모의 P&G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그 수장인 펠츠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테일러가 “서로 논의해볼 것”이라 말한 이유다. 그러나 이들이 짧은 대화에 그쳤다는 사실을 보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그들은 단 몇 마디 말도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G의 미래에 대한 현저한 시각 차를 보이며 커다란 갈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펠츠는 이사회 자리확보를 위해 적어도 2,500만 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었고, P&G는 이를 막기 위해 최소한 3,500만 달러를 투입했다. 곧 그들은 이번 위임장 대결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상전을 재개할 것이다.

사실, 테일러와 펠츠는 한 가지 대원칙에 동의하고 있다: 바로 P&G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의 해석에는 차이가 있다. 펠츠는 “P&G의 저조한 실적 10년”을 비난하고 있고, 테일러는 “P&G가 중대한 변화를 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기업이 수년 간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건 근본적인 현실이다.





P&G는 단순한 성장 정체 기업이 아니다. 우리가 과거 목격해온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해있다. 이 귀족 미국 기업의 전성기는 지난 것 같다.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오랜 시간 서서히 침체를 이어갈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직면해 있다. IBM과 제너럴 모터스, 시어스, 코닥도 약 25년 전 같은 전환점에 있었다. 혹자는 제너럴 일렉트릭도 이 범주에 넣을 지도 모른다. IBM이 잠시나마 그랬듯, 재기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가능성은 희박하다. 테일러(59)와 펠츠(75) 모두 해야 할 일은 알고 있지만, 그 전략은 판이하다. 모든 증거를 비춰 볼 때 그들은 향후 오랫동안, 어쩌면 수년 동안 이 프로젝트에 매달릴 것이다. 그렇다면 둘 중 누가 기업을 살려낼 것인가?

우선, 문제의 규모를 따져보자. 미국 경제가 침체 직전 호황의 절정이었을 당시, P&G 주식은 (배당금 포함) S&P 500 지수의 수익률을 크게 밑돌고 있었다. 소비재 산업 전체가 주춤하면서 업계 최대 기업 P&G는 유니레버, 콜게이트-파몰리브 Colgate-Palmolive, 헨켈 같은 주요 경쟁사보다 뒤처졌다. 기업의 주요 브랜드인 질레트, 크레스트, 팬틴 등도 시장 점유율을 잠식 당했다.

또한 기업 제품군 5개 모두가 2017년 회계연도(6월 30일 종료)에 상당한 점유율을 잃었다. 인수, 자회사 매각, 환율 효과를 제외한 자연 성장률(organic growth) *역주: 인수 합병 없이 매출 증가나 신제품 개발 등으로 이룬 성장 은 지난 회계 연도에 P&G 자체 계산으로 2%에 머물렀다. 회사는 올해 2~3%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경쟁사들의 기대 성장률보다 낮은 수치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P&G의 실제 자연 성장률이 0에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처럼 수치는 참담한 수준이다. 비금융 지표는 훨씬 더 불길하다. 요즘 젊은 인재들은 P&G가 한 때 전 세계 그 어떤 기업보다 찬란했던 고용주였음을 상상조차 못할 것이다. P&G의 추락을 안타까워하는 한 전직 직원은 과거를 떠올리며 “내가 입사했을 때 P&G는 지금의 구글, 아마존, 골드만삭스 같은 기업이었다. 당시 우리 회사의 메시지는 ‘P&G는 세계 최고 회사다.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 삶의 질을 개선하고, 전 세계에 유능한 리더를 수출한다’였다. 입사하기 매우 힘든 회사였다. 면접이 엄청나게 까다로웠다. 그냥 그대로가 훌륭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매력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데이터가 그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난 1996년 포춘이 재계 리더들과 이사회 멤버, 증권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례 설문조사에서, P&G는 미국에서 (코카콜라 다음으로) 2번째로 존경 받는 기업이었다. 그나마 최근인 2009년엔 세계에서 6번째로 존경 받는 기업이었다. 이후 순위가 서서히 추락, 펠츠가 위임장 대결을 시작하기 전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선 19위를 기록했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19위에 오르고, 시가 총액이 2,200억 달러에 달하고, 다우지수에 포함되면 황홀해할 것이다. 이런 수치는 우량기업의 징표이면서 동시에 큰 문제이기도 하다. ‘P&G는 위기가 아니다’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위기가 아닐 수도 있다. 트렌드를 따르기보단 현재 상태에 만족함으로써, 유혹에 굴복하고 서서히 쇠락한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를 위로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P&G는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제품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근거를 댈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 이사회가 최고 경영진에게 부여한 3년 간의 실적 목표 대부분은 끝내 달성하지 못했다. 그리고 향후 3년 추가 기간의 유기적 성장률 목표에 대해, 연 3~3.5%를 내세우는 테일러의 기대와는 달리 이사회는 연 2.8%라고 발표했다. 이는 간신히 제자리 걸음을 걷는 꼴이다. 전직 P&G 임원은 “시장 점유율을 잃기 위해 세운 목표나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P&G의 퇴조 : 최근 몇 년 간 P&G는 수익성이 적은 소규모 브랜드들을 매각하면서 몸집을 줄였다. 그 결과 이익은 증가했지만 주요 제품군의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다.



오래된 거대 기업을 구조해내기란 결코 쉽지 않지만, 해야만 한다면 최적의 시작점은 바로 기업 문화다. 처음엔 축복이지만 결국엔 저주가 되는 건 필연적이다. P&G의 문화는 티타늄만큼 강력하다. 엄격함과 복잡한 절차, 자부심으로 점철돼있고, 평생 헌신하는 직원을 좋아한다. 이 같은 문화는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과정에선 필수적이었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했다. P&G의 기업문화는 디지털 혁신과 광범위한 소비자 취향 변화 따라잡기에선 가속페달이 아닌 브레이크로 작용했다.

P&G는 4년 전 이미 문제를 인식해 그 후부터 기업문화를 바꿔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테일러는 기업 외부에서 임원급을 영입하는 등 더욱 강력한 변화를 약속했다. 한 가지 딜레마만 없다면 완벽한 시나리오다. P&G는 신입사원 이상의 외부 영입을 오랜 시간 거부해왔다. 기업 문화를 이해 못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P&G는 수 년간, 특히 질레트 같은 대기업을 인수할 때 외부 임원급을 대거 영입했지만, 잔류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익명의 전 P&G 임원은 “프록토이드 Proctoid *역주: P&G 사원을 이르는 말 가외부인을 거부했다”며 기업 내부 용어를 써가며 이 같은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펠츠는 “테일러가 지난 봄 한 미팅에서 ‘너무 높은 급의 임원은 영입할 수 없다. 영입하면 실패할 것’이라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P&G는 해당 언급에 대해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맥락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회사 대변인은 “고위급 매니저 중엔 외부 인력이 거의 없지만 임원급 중엔 다수 있다”고 말했다. P&G는 “전체적으로 지난 2016년 신입사원 이상 급 200명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몇 년 전 50명에 그친 것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규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위급 이하 외부영입이 가져오는 성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CFO를 역임한 클레이턴 데일리 Clayton Daley는 “영업사원들을 영입한다고 기업문화가 바뀌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데일리는 현재 펠츠와 함께 일하고 있다. 그는 “P&G는 제품군 별 임원진을 외부에서 영입해야 한다. 지난 10년 간 뷰티 제품이 부진했다면 로레알이나 유니레버에서 스카우트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부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또 중요한 게 조직문화다. P&G의 조직문화는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다. 전체 조직도를 그리면, 거의 도쿄 지하철 노선도만큼이나 복잡한 점선이 마구 꼬여있는 망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CEO 아래 인물이 손익 결과를 총괄하거나 책임진 적이 사실상 전무하다. 책임이 없으니 성과보다 책임 전가가 중요했다. 펠츠는 “P&G가 아직 그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테일러는 “그 복잡한 ‘덤불’같은 조직을 쳐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덤불 조직은 내부적으로도 거의 관통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테일러는 사업 부서장들에게 손익에 대해 ‘전면적이고 독립적인(end-to-end)’ 책임을 부여했다. 이들에겐 아직 지출이나 마케팅 결정권한은 없다. 그러나 작은 시장에선 부서들이 일정 체제 하에서 지출 및 가격결정의 재량권을 갖고 있다. 그에 따라 테일러는 책임 강화를 위해 조직 하부에도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상당한 발전이라 볼 수 있다.



테일러가 기업문화와 구조를 바꿀 수 있다면, 그에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고평가된 혁신 공장의 쇠퇴’라는 P&G의 가장 골치 아픈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회사는 몇 년 간의 과학연구를 통해 신상품을 내놓고, 매우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해 해당 제품을 출시하는 데 세계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타이드 Tide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제품은 최초의 화학세제이자 2위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큰 글로벌 베스트셀러다. 2017년 매출은 60억 달러로 추정된다.

그러나 획기적인 혁신이나 새로운 블록버스터급 브랜드는 갈수록 줄고 있다. P&G가 마지막으로 히트를 친 브랜드는 모두 1998년 출시된 것으로, 자루 걸레와 빗자루, 먼지떨이 같은 스위퍼 Swiffer 라인과 가정용 악취제거 제품 페브리즈 라인이다(타이드 포드 Tide Pods는 2012년 출시된 제품으로 매우 성공적인 브랜드 확장이었다). 테일러는 ‘군살을 뺀 혁신’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이런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해당 제도는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는 기업문화가 거부하지 않는 한, 또 다른 좋은 아이디어다.

더 넓게 보면, 테일러는 P&G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고 “회사가 문제점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주장의 첫 번째 근거는 주가다. 그가 CEO에 오른 후 2년 간 기업 주가는 배당금을 포함해 20.4% 수익률을 올렸다. S&P 500의 23%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런 어중간한 성적으로 우쭐해 할 건 아니지만, 그 전 2년간의 주가 성적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테일러의 이런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적어도 최근 P&G 주가 급등의 일부는 펠츠의 개입, 그리고 더 나은 성과를 촉진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라는 그의 명성 덕분이었다. 기업 주가는 작년 2월 펠츠가 자신의 지분을 공개하면서 급등했고, 6월에는 펠츠가 스스로를 이사회 멤버로 지명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폭으로 급등했다. P&G는 회사 의지와 상관 없이 펠츠의 도움을 받아왔지만, 주가 상승을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인용했다.

게다가 P&G는 주가부양을 위해 재무상의 꼼수를 써왔다. 기업은 최신 재무보고서에서 ‘영업을 통한 주당순이익이 최근 분기 5.8% 상승하는 성과를 이뤘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영업이익은 전혀 오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P&G가 단순히 자사주 대량 환매를 통해 주당 이익 수치만 올려 놓은 것이었다. 이런 꼼수는 지난 4분기 동안 비슷하게 진행돼왔다. 영업 주당순이익은 6% 증가했지만, 실제로 그 증가분은 단순히 쪼그라든 주식 규모를 보여줄 뿐이었다. 실제 영업 주당순이익 상승률은 0.6%에 그쳤다.

이런 식으로 주당순이익이 증가한다고 해서 기업 가치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 수십억 달러(이중 상당 부분은 차입했다)를 주주들에게 돌려주면 기업의 재무구조가 변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여기서 잘못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P&G는 수년 간 주식을 환매해왔다. 그러나 10~20년 전에는 실제 연간 이익성장률이 10% 이상을 기록하자, 환매가 주당순이익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실질적으로 이것이 영업이익을 통한 주당순이익 증가의 유일한 원천이다.




P&G CEO 데이비드 테일러(위)는 “회사가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아래)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이사회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관행은 지속 불가능하다. P&G도 이를 축소할 계획이다. 기업은 이번 회계연도에는 환매 대신 ‘핵심 영업이익 증가가 핵심 주당순이익의 주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주주들에게 더 많은 현금을 배당금 형식으로 돌려줄 것을 약속했고, 거의 종교를 맹신하듯 그 실천에 진력하고 있다. 배당금은 127년간 매년 지급됐고, 61년 동안 매년 증가해왔다. P&G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자유재량에 따라 배당금 지급에 현금을 최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혁신적인 새 브랜드 인수, 경쟁자들의 움직임, 그리고 펠츠가 지지하는 변화 등 더욱 생산적인 것에 현금을 못쓰게 하지 않는 한 나쁘지 않은 조치다. 지난 4분기 동안 P&G는 주식환매와 배당금을 통해 자사 잉여 현금흐름의 100% 이상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실상은 테일러의 P&G 혁신 계획이 ‘완전히 다른 회사’를 만들겠다는 대담한 포부와는 다르게 점진적이다. 혁신을 필요로 하는 훌륭한 장수기업의 내부 CEO 대부분이 그렇듯, 그도 조직혁신 강행을 우려하는 듯하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P&G 같은 기업문화는 기본적인 변화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뿌리가 깊다. 펠츠의 계획은 분명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행동주의자보다 더 장기지향적인 펠츠가 다른 기업에 한 제안과 비교해볼 때, 그 계획은 여전히 절제돼 있는 편이다. 그는 테일러의 사퇴나 연구개발비 삭감, 추가 차입 등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테일러와 펠츠 모두 P&G가 진짜 얼마나 위기상황인지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펠츠 등 행동주의자들이 종종 다른 기업에서 요구하는 방법, 즉 기업 해체이다.

샌퍼드 C. 번스타인 Sanford C. Bernstein의 유명 애널리스트 알리 디바지 Ali Dibadj는 지난 2년 간 P&G의 해체를 지지해왔다. 그는 최근 월간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 Institutional Investor의 ‘전미 연구팀(All-America Research Team)’ 멤버로 지명됐다. 그는 “테일러가 기업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노력은 10년 전에 선행됐어야 했다. 난 아직도 기업 해체가 주주들에겐 최선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들은 많은 사업을 결합시킴으로써 가치 있는 시너지와 규모의 경제를 스스로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디바지는 “그런 이점들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2016년 P&G가 코티 Coty에 매각한 뷰티 브랜드들(클레어롤 Clairol, 웰라 Wella, 커버걸 Covergirl 등)처럼 거대 기업이 처분한 브랜드는 더 작은 조직에서도 잘 운영된다”며, “해당 브랜드들의 마진과 비용을 계산해 소규모 경쟁 기업과 비교해보면, P&G는 군살이 더 많고 오히려 더 복잡하다. 현재 P&G는 규모의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P&G 내부 인사들은 펠츠가 기업 해체를 요구하지 않는 동안에도, 이를 비밀리에 진행할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그는 P&G가 기존의 10개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 군더더기 없는 지주회사 내 3개의 ’독립‘ 사업체로 재편성되길 원한다. 재편성된 구조에서 해체까지의 수순은 단순하다. P&G의 경쟁사로 리졸 Lysol, 울라이트 Woolite 같은 브랜드를 보유한 영국 기업 레킷 벤키저 Reckitt Benckiser는 최근 1월 1일부로 기업에 그런 구조(3개가 아닌 2개의 독립 사업체 구조)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행보를 완전 해체의 전조라 보고 있다.

기업 해체는 당연히 혁신과 생산성 향상의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성과가 더 나빠지지 않는 한,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해체는 P&G의 최선책이 무엇이든 문제가 된다. 기업의 점진적 축소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크게 성공한 기업 경영진은 적응에 실패해도 한번에 망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서서히 정체한다. 변화를 꾀하지만 충분치 않다. 대개는 문제 해결 전략을 갖고는 있지만 충분치 않거나,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한 P&G 출신 인물은 “내가 가장 두려운 건 임원들이 자연 매출 성장률을 3%로 회복시키고, 승리를 선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G는 목표가 그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테일러가 CEO에 오르기 몇 주 전인 2년 전 연례 주주총회에서, 캐런 마이어 Karen Meyer라는 한 주주는 P&G에서 곧 퇴임하는 CEO A.G. 래플리 A.G.Lafley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를 포함한 주주를 태운 회사 버스를 중역과 이사진이 도랑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들이 도랑에서 우리를 빼내 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나?” 2017년 주주총회에서 그의 남편 피터 마이어 Peter Meyer는 테일러에게 그 질문을 되물은 뒤, 자신만의 대답을 제시했다. “최근 데이터로 답이 더욱 명확해졌다. 그들은 우리를 구해주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 답은 틀릴 수 있다. 지난 몇 년 간 P&G가 겪은 진통을 반복적으로 인정해온 테일러는 마이어에게 “경영진이 괄목할 만한 결과 도출에 전념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테일러는 기업이 과거 누렸던 영광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도 CEO를 연임할 수 있다. 디바지는 “P&G가 미래의 구글이나 아마존이 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주주들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기업을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캐런 마이어의 질문은 분명 적절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앞으로 2년 후면 명확해질 것이다. 현재 P&G는 물에 가라앉지 않고 선 채 헤엄을 치고 있다. 변화의 필요성은 높지만 절박하진 않은 것이다. 하지만 바로 지금이 이 대기업의 운명이 결정되는 시점이다. 현재 P&G가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다.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위기가 요구될 것인지는 차차 알게 될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때는 너무 늦은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GEOFF COLVIN AND SHAWN TU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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