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 고소·고발사건을 조사 중인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전 씨는 ‘무관하다’는 취지와 함께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응했다.
생전 조비오 신부는 1980년 5월21일 광주에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 씨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가 아니다’고 표현했다. 오월 단체와 조 신부의 유족은 전 씨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다’며 지난해 4월 광주지검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군 헬기 사격을 부인하는 등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실린 일부 내용에 대해 전 전 대통령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소환 조사에 불응하고 “사실에 근거해 회고록을 썼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대신 제출했다.
11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자신의 회고록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 전 대통령에게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그동안 관련 자료 확인, 관계자 조사 등으로 회고록 일부 내용을 허위라고 보고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또 전 전 대통령이 허위인 줄 알면서도 회고록에 이를 반영했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출석 날짜와 시간까지 통보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 등을 들어 검찰 소환 조사에 즉각 불응했다. 대신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진술서에서 ‘5·18은 폭동이고 북한이 개입했으며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등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술서를 받은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불출석 사유가 정당한지를 판단하고 다시 소환 조사를 통보할지 검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3차례 불응 시에는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기소와 무혐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역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 전 대통령을 조사하겠다는 통보를 한 만큼 기소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많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검토할 부분이 더 남아 있다”며 “소환 조사를 다시 통보할지는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헬기 사격 목격담을 남긴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허위 주장을 한다고 자신의 회고록에서 비난했다. 이에 지난해 4월 유가족과 5·18단체로부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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