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호타이어를 중국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힘에 따라 “해외 매각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조와 ‘강(强)대강(强)’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은은 이날 발표한 ‘금호타이어 향후 처리방안’에서 3단계 정상화 플랜을 제시하며 우선 노조가 자구계획을 이행할 것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고비용 구조 개선이 회사 정상화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 금호타이어의 계속기업가치는 약 4,600억원으로 청산가치(1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사업구조 하에서는 회사를 청산하는 게 더 이익이 크다는 뜻이다.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인건비나 원가구조 등이 한국타이어나 넥센타이어보다 높아 경쟁력이 취약하다”며 “적어도 경쟁회사 수준으로 고통을 분담해야 계속 기업가치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자구계획을 이행하면 회사의 계속기업가치가 1조1,905억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정상화의 첫 단추인 노사간 자구안 합의부터 삐걱대고 있다는 점이다. 노사는 지난 28일 자구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채권단은 요구 수준에 미흡하다며 반려한 상태다. 산은이 더블스타로의 매각 외에 실현 가능한 대안이 없다고 못박은 상태에서 노조가 보다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자구안에 합의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산은은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금호타이어 처리방안인 ▲자율협약 체제 유지 ▲워크아웃 ▲P플랜 ▲법정관리 ▲중국 공장 분리 매각 등이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P플랜은 모두 채권단이 막대한 신규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현행 자율협약을 유지할 때 1조800억원, 워크아웃 돌입시 8,400억원 P플랜 때도 8,000억원 가량의 신규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산은은 예상했다. 이렇게 투입되는 신규 자금은 대부분 부실이 심각한 중국 공장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는데 이 정도 자금을 집어넣어도 중국 법인을 살릴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중국 공장은 ‘밑 빠진 독’과 같은 상태인데 이런 회사에 수천억 원을 또 다시 집어넣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만약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법원에서 청산 결정을 내려 대량 실업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중국 공장 분리 매각도 중국 정부와 맺은 기존 협약이 있어 사실상 추진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이날 더블스타의 투자 조건도 공개했다. 더블스타가 3자배정 유상증자에 6,463억원을 투자하면 산은이 시설자금 용도로 최대 2,000억원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방산업 매각 제한과 상표사용권, 채권 연장 등의 매각 걸림돌을 산은이 풀어주는 조건이다. 대신 더블스타는 3년 동안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 수석부행장은 “총 8,500억원 가량의 투자자금을 확보해 향후 5년 동안 투자 계획을 마련하면 글로벌 10위권 업체로 도약이 가능하다”며 “더블스타가 중국 업체이기 때문에 중국 차입금 연장과 판매망 회복도 훨씬 쉽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이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회사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 집행부가 이날 광주에서 송신탑 고공 투쟁에 나선데 이어 3일과 4일 각각 2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틀 간의 투쟁 경과를 본 후 총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노조의 방침이다. 노조는 당초 오는 9일과 10일, 16일과 17일 각각 부분파업을 할 계획이었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불가피한 해외 매각 시 노조와 합의하겠다고 했던 부분이 결국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며 “노조와 사측이 합의했던 자구안은 채권단이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공식화 함에 따라 폐기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호타이어 노조는 파업을 통해 채권단의 해외 매각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일범·조민규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