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그룹에 까사미아를 넘긴 옛 오너 일가가 신규사업인 호텔사업 확대를 위해 광명역에 위치한 부동산을 되사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던 라까사호텔·까사스토리지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까사미아 옛 오너 일가는 광명역 부동산을 부티크 호텔인 라까사호텔 제2호점과 물류창고 등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 가로수길에 위치한 라까사호텔 1호점은 국내 최초 가구전시형 호텔로 모던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까사미아 창업주인 이현구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신세계그룹과 광명역 부동산 일대를 되사오는 방안을 협상 중이다. 이는 매각 협상을 시작했을 때부터 거론됐던 조건으로 이달 말 공정위 결합승인 결정을 앞두고 부동산 감정평가를 진행, 정확한 금액을 책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금액은 약 300억원 대로 알려졌다. 까사미아 고위 관계자는 “정확한 감정 평가를 받은 뒤 이번 달 중 일부 부지의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지난 1월 말 이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 92.35%를 1,837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기존 직원들을 100% 승계하는 조건 아래 첫째 아들인 이형우씨가 운영하는 특판용 사무가구 중심의 ‘까사미아우피아’와 둘째 아들 이지우씨가 운영 중인 ‘라까사호텔’ 사업부, 보관서비스업체 ‘까사스토리지’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오너 일가가 신세계그룹과 논의 중인 거래대상은 이케아 광명점 인근에 건설 중인 ‘가구 전시장식 호텔 2호점’을 비롯한 부동산 약 3,000평 수준이다. 까사미아는 2015년부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광명시에 대형 복합매장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까사미아 직영점과 키즈숍·웨딩홀 등을 오픈함에 따라 중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라까사호텔’에 이어 설립하는 호텔 2호점에는 약 420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2016년 기관들의 수요예측 부진에 결국 IPO는 무산됐고 지난해 9월 준공을 목표로 했던 호텔 2호점 역시 매각 작업 등에 영향을 받아 올해 4월로 완공이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오너 일가가 부동산을 되사올 경우 까사미아의 높은 인수가 논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와 오너 일가가 논의했던 안은 추후 직원들이 들고 있는 나머지 지분 7.55%도 같은 가격에 사겠다는 계획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거래대금은 지분 100% 기준 1,989억원 수준이다. 부동산 일부를 되사오는 금액을 제외한다면 까사미아 거래 밸류에이션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130억원) 대비 에비타멀티플(EV/EBITDA)은 13배 수준. MBK가 이랜드그룹의 모던하우스를 12배에 산 것을 생각하면 다소 비싸지만 고평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책임경영을 맡은 후 진행한 첫 번째 인수합병(M&A)거래로 의미가 있다”며 “부동산을 제외한다면 이번 거래대금은 지난 IPO 공모가치의 하단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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