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취향을 기계가 학습과 분석을 통해 알려주는 시대입니다. 학습과 분석 대상인 고객 데이터는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
김진영(사진) 로아인벤션랩 대표는 최근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핀테크센터에서 열린 ‘2018 비즈니스 트렌드’ 강연에서 ‘데이터 자산화’가 산업계의 중요한 흐름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기 가운데 스마트폰 다음으로 인기가 높다는 인공지능(AI) 스피커를 김 대표는 트렌드 사례로 꼽는다. 아마존이나 국내 통신업체까지 AI 스피커를 최적의 고객 접점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거실에 거부감 없이 놓여 있는 AI 스피커로 소비자들의 비정형화된 요구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분석을 통해 다시 고객에게 제안하며 제품·서비스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이른바 ‘인간화된’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AI 딥러닝 기술기업으로 향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분석이다. 투자자들도 AI를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연초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에서 LG전자가 새로 선보인 AI 브랜드 ‘씽큐(thinQ)’도 같은 선상에 있다. 그는 “기업들이 단지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 데이터를 많이 쌓고 싶어 한다”며 “2000년대 초 모두가 인터넷기업이라고 외치던 것과 같이 이제는 AI가 아닌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많이 가진 기업들이 미래의 하드웨어 시장도 노리는 상황이다. 구글이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성능이 뛰어난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이라는 새로운 AI 칩을 공개한 것이나 애플이 3차원 얼굴인식 기능을 구현하는 ‘뉴럴엔진’의 모바일앱프로세서(AP)를 내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GPU의 강자 엔비디아에 구글·애플의 가세로 인텔·퀄컴 등 전통적 칩메이커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데이터 자산화와 AI 등을 ‘스멀스멀 다가오는 빅 트렌드’라고 표현한 김 대표는 이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존폐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AI 기업으로 제대로 가려면 기업 조직 및 문화의 변혁단계를 거쳐 기술적 변혁,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변혁단계까지 마무리하는 데 최소 3~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김 대표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업은 잦은 최고경영자(CEO) 교체로 이 같은 변화에 대처하기 쉽지 않다”며 “경영자의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전사적인 데이터 자산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일본 소프트뱅크미디어 리서치·컨설팅 책임자로 일했다. 2004년 귀국 후 로아컨설팅을 세우고 2014년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로아인벤션랩을 설립했다.
그는 “지금은 기업이 경쟁자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고 전혀 다른 산업을 연구해야 하는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축적하려면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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