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경찰이 국민인권 보호를 위한 검찰 수사 개혁안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권고안이 수용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권고안이 수사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7일 ‘인권보호 수사준칙’ 개정 관련 제5차 권고안을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개정안은 피의자를 소환해 다음날 새벽까지 조사하는 이른바 밤샘 조사를 금지했다.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 밤샘 조사는 피의자를 체력·심리적으로 압박해 자백을 받아내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하루 전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하는 기습 소환 통보를 막기 위해 최소 3일 전 통보를 권고하고 피의자를 압박하는 별건 수사도 금지했다.
하지만 이번 권고안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본방향은 옳지만 권고안이 실제 수사 현실과 괴리가 커 현실적으로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다. 권고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재경 지검의 형사부 소속 검사는 “여러 차례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을 싫어하거나 생업 때문에 야간에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 밤샘 조사를 금지하면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체포 이후 48시간 동안 조사해야 하는데 야간 조사를 금하면 조사 시간이 더 부족해질 것”이라며 “이번 권고안은 수사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앞으로 형사부나 특수부 등 수사 특성에 맞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최소 3일 전 소환 통보 방침에 대해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아지고 피의자가 느끼는 불안감이 커져 극단적으로 자살 등 부작용이 속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개혁위원회도 ‘수사구조개혁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의 주요 내용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만 기소권 및 보완수사요청권을 통해 경찰 수사를 사후 통제하도록 했다. 검사가 독점하고 있는 영장청구권을 경찰에게 나눠주는 헌법 개정도 추진된다.
하지만 경찰개혁위의 권고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행사하면 영장이 남발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이로 인한 인권침해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검찰 내에서 개혁이 진행되는 만큼 협의가 필요하지만 이를 거치지 않은 채 내놓은 경찰개혁위의 일방적인 결정을 검찰에서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실제 개혁위는 이날 발표한 권고안이 법무검찰개혁위나 정치권 등과 사전 협의를 거친 것은 아니라고 밝혀 이후 협의 과정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노현섭·최성욱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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