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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기업금융 지원 '미적지근'...취약 금융소비자보호도 성과 없어

<靑 "금융위, 소리 나는 개혁하라"...상황 어떻길래>

성동조선 등 한계기업 문제 정치권 눈치보기에 급급

"집권초기에 밀어붙여야 하는데 골든타임 놓칠라"

최종구 금융위원장./연합뉴스




‘일모도원(日暮途遠·갈 길은 먼데 해가 저문다).’

최근 관가와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원회를 두고 일 처리 방식에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든 경제정책은 지지도가 높은 집권 초기에 강하게 밀어붙여야 성과가 나는 법인데 한 박자 느린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금융위에 “소리 나는 개혁을 하라”고 질책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문재인 정부의 금융 원칙인 생산적·포용적 금융에서부터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생산적 금융은 은행들이 금리장사에만 매달리지 말고 기업금융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기업에 돈을 풀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시중은행들이 막대한 수익을 어디에다 쓸지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며 은행들을 우회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대응은 아직 미적지근하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일자리 창출 및 혁신기업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코드 맞춤형’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지난 정부의 ‘창조 금융’ 대응 대책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창조경제나 생산적 금융이나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한데 어떻게 차별화한 대책이 나오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포용적 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취약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법’은 올해도 연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금융감독원 내에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이견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소비자보호원을 누가 통할하느냐를 두고 보이지 않는 물밑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조직 이기주의 때문에 막상 소비자 보호 문제는 뒤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료 카드 납부 확대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가 카드로 결제될 때마다 2.2% 안팎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내고 있는데 이를 1%포인트 낮춰달라는 보험사와 2% 이하는 어렵다는 카드사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금융위가 해결사로 나서야 하지만 팔짱만 끼고 있어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때로는 운동장에 뛰어들어 복잡한 이해관계를 돌파력으로 풀어내는 게 금융위의 역할인데 심판 역할만 하려다 보면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콘텐츠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갖가지 대책을 쏟아내기는 했지만 금융권의 판을 근본적으로 흔들 만한 굵직한 한 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 정부 때는 갖가지 논란 속에서도 인터넷은행을 출범시켜 은행권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지만 최근에는 참신한 ‘기획상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기업 구조조정에서도 확실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 등 한계기업에 대해 정치권 등의 눈치를 살피느라 아직 명확한 방향 설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타이밍의 예술인데 자칫 실기하면 후폭풍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최 위원장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간 ‘알력설’이 금융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떠나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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