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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500대 기업|선정 작업을 마치며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 심사평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포춘코리아500은 외부감사를 받는 국내의 모든 주식회사를 대상으로 기업의 규모에 따른 순위를 산정하고, 각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제공하기 위해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연도별 순위는 대상기업들의 지난 1년 동안의 매출액을 근거로 산정한다. 또한 전년도와의 주요 변화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이를 위해 순위권으로 신규 진입하거나 탈락한 기업, 순위가 크게 변동한 기업, 산업별 구성 비율 등을 분석한다. 기업의 경제적 실질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경우, 여러 재무지표 등도 보조적으로 활용한다.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와 포춘코리아는 이와 같은 일련의 분석을 통해 한국의 대표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을 제공하고자 한다.

포춘코리아500은 기본적으로 연결재무제표 상의 매출액(금융업의 경우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기업들의 순위를 산정한다. 연결재무제표는 지배와 종속 관계에 있는 개별 회사들을 하나의 경제적 실체로 간주해 작성한 재무제표다. 따라서 지배회사의 연결재무제표에는 회사의 지배력이 미치는 종속회사에 대한 현황까지 포괄적으로 나타난다. 종속회사에는 국내 상장사 및 외감기업 뿐만 아니라 재무정보를 입수하기 어려운 비상장자회사 및 해외 종속회사의 실적도 포함된다. 2011년부터 국내에 전면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 IFRS)은 연결재무제표를 기본 재무제표로 사용하며, 연결 범위의 기준이 되는 지배-종속관계를 판단함에 있어 단순한 지분율이 아닌 실질적인 지배력을 기준으로 사용한다. 이처럼 연결재무제표는 기업 간의 실질적인 지배-종속관계에 기반해 자회사의 재무상태 및 경영성과까지 반영하므로, 별도재무제표에 비해 기업의 경제적 실체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포춘코리아500의 순위를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포춘코리아500은 순위 산정을 위해 연결재무제표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연결지배회사만 순위 산정 대상에 포함시키고, 연결재무제표 내에 포함된 종속회사들은 제외시키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종속회사의 실적이 연결지배회사의 재무제표에 이미 반영되어 특정 회사 실적이 중복해서 순위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포춘코리아500은 종속회사가 상장기업인 경우에는 순위 산정 대상에 포함시켰다. 상장기업에는 연결 관계와 무관하게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기업 집단이 순환 출자나 개인 대주주의 지분 보유형태로 지배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종속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자회사를 순위에서 제거한다면 한국 기업들의 현재 상황을 적절하게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춘코리아500 순위 산정 결과, 삼성전자는 2016년 약 202조 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1위를 유지했다. 2016년 500위 턱걸이 한 기업의 매출액은 7,073억 원으로, 2015년의 6,835억 원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연결대상 자회사였던 두산밥캣이 2016년 11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되면서 121위로 신규 진입했다. 이지스일호의 종속회사였던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6년 중 이지스일호의 보유 지분매각으로 연결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239위에 올랐고, 금호홀딩스(구 금호터미널)는 금호기업을 흡수합병하면서 연결 매출액이 증가해 264위로 신규 진입했다. 또한 건설 경기 회복으로 분양수익이 크게 성장하면서 제일건설(364위), 엠디엠플러스(397위), 호반건설산업(402위), 디에스네트웍스(428위), 스카이랜드(485위)가 새로 리스트에 진입했다.

순위변동기업 및 급성장기업 분석에서는 포춘코리아500 기업의 전년과 당기의 실적을 비교함으로써 기업들의 성장과 침체, 경영 현황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2016년도 500대 기업의 매출 총액은 2,562조 원으로 전년도의 2,459조 원에 비해 약 4.2%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14조를 기록하며 전년도의 96조 원에 비해 약 18.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의 2015~2016년 매출액 증가율의 중앙값은 4.56%이며, 당기순이익 중앙값은 511억 원으로 전년도 456억 원 대비 약 12% 증가했다. 수익성을 살펴보면, 자기자본이익률의 중앙값은 7.8% 수준으로 전년도 7.4%에 비해서 증가했다. 매출액이익률의 중앙값도 3.0% 수준으로 전년도 2.6%에 비해 소폭 개선됐다.







한편, 포춘코리아500대 기업의 업종별 순위를 살펴보면, ‘전문서비스업’에 속한 회사가 56개로 500대 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지주회사들인데, 대기업집단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연결 매출액을 공시하는 지주회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업’ 또는 ‘종합건설업’에 속한 회사는 총 37개로 전년도에 비해 4개가 증가했고, 각 회사들의 순위 약진도 두드러졌다. 특히 전년도에 비해 순위가 많이 상승한 기업 40개 중 7개의 회사가 ‘부동산업’ 또는 ‘종합건설업’에 포함되어 있었다. 주택 경기의 회복세 속에서 주택분양 및 건설공사 수익이 크게 증가한 것이 해당 회사들의 매출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전기, 가스, 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에 속한 회사 중에는 3개의 기업이 순위에서 제외되었으며, 이중 가스에너지 회사들의 순위가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했다. 가스공급 가격의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서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에 속한 회사의 수도 3개 감소했는데, 이는 조선업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신규 수주의 어려움을 겪는 조선회사들의 실적 부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계열회사 간의 지배구조 개편 및 사업효율화 등의 목적으로 흡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연결 실체의 매출액도 크게 변동했는데, 이는 포춘코리아500의 순위를 크게 변화시킨 주요 원인이 되었다. SK㈜(구 에스케이씨앤씨㈜)는 2015년 구 SK㈜를 흡수합병해 구 SK㈜의 합병 이후 기간의 실적만 연결 실적에 반영했다가, 2016년에는 12개월 치 실적을 모두 반영했다. 또 지분 인수를 한 SK머티리얼즈(구 OCI머티리얼즈)와 SK매직(구 동양매직)를 연결 범위에 포함시켰다. 그 결과 순위도 11위에서 3위로 상승했다. 또한 삼성물산(구 제일모직)은 2015년 구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해 구 삼성물산의 합병 이후의 기간의 실적만 연결 매출액에 반영했지만, 2016년에는 연간 실적을 모두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순위도 43위에서 16위로 27계단 상승했다. 이처럼 포춘코리아500은 연결재무제표에 기반해 작성되므로 지배구조의 변화에 기인한 연결 범위의 변동이 순위에 미치는 영향을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 500대 기업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신규 사업을 꾸준히 발굴하는 등 외형을 성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개선했다. 내실 있는 운영이 뒷받침된 외형 성장이 있을 때 비로소 기업도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전례 없이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는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사드로 인한 중국 정부와의 마찰과 북핵 위협 등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고조되고 있다.

포춘코리아500에 선정된 기업을 포함한 모든 국내 기업들이 이처럼 어려운 대외 여건을 잘 극복하고, 내실이 뒷받침된 성장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글_최종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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