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우리은행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소속 비상임이사는 임추위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이에 앞서 지난 1월 민선 1기 우리은행장을 선출할 때도 임추위에 예보 비상임이사를 제외했었다. 이는 민영화한 우리은행에 대해 자율경영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였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자율경영 보장 취지를 유지하는 것이 시장과 고객, 주주에게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기존 임추위 구성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다만 예보는 이사회와 주총에서 차기 행장 선임에 대해 최대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추위에 공식 참여하지는 않겠지만 행장 선출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과점주주들이 인허가 등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정부 개입 논란을 피해 외부에서 압력을 넣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차기 행장 선출 과정에서 응모자격을 어떻게 제한하느냐가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회는 조만간 임추위를 개최해 행장 후보자 자격요건 선정 등 후임자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올 초 행장 인선 때는 응모자격을 최근 5년간 우리은행 전·현직 부행장·부사장급 이상, 우리은행 계열사 대표이사로 제한했다. 대상자 수십명에게 안내 e메일을 보내 10명이 지원했고 1차 면접 6명, 토론면접 3명으로 좁혀진 뒤 이광구 행장이 선임됐다. 만약 이번에 외부인으로 자격을 확대하게 된다면 정부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현직에서는 일상업무 총괄을 위임받은 손태승(58) 부문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편 최근 사의를 표한 이광구 행장은 절차의 공정성을 위해 임추위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IMM PE 등 5대 주요 민간 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로 구성된 기존 임추위가 그대로 유지된다.
/황정원·서일범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