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진 중 2번 사나이는 어느 쪽이 행복할까요. 동양에서는 왼쪽이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서양에서는 양쪽 모두라고 하는 답이 더 많아요. 오랜 역사 속에서 생성된 문화적인 차이에 답이 있답니다.”
지난 7일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열린 김최은영(사진) 경희대 겸임교수 겸 미술평론가는 고인돌 강좌 ‘오래되어야 아름다운 것들’ 첫 시간을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성인과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5회째다.
이번 강의는 시간이 빚어낸 동아시아 문화와 철학을 미술작품을 곁들여서 소개하는 시간이다. 김최 교수는 “두 그림을 보고 서양인들은 주인공이 웃으면 주변 사람과 상관없이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동양인들은 옆 사람이 같이 웃어야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양인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아시아의 문화는 힘의 문화가 아니라 시간의 문화”라면서 “오래되면 낡은 것이 아니라 시간이 깃들어 제대로 빛나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된다고 옛 사람들은 믿었다”고 덧붙였다. 김최 교수는 그동안 상식과도 같이 여겼던, 우리의 정서와 문화가 그림에도 반영되어있다고 연결지어 설명했다. “모란은 동양에서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인데 화분 대신 괴석 위에 그려놓은 작품이 있어요. 바로 괴석모란도인데, 이때 괴석은 수천년간 호수에서 기류를 이겨내고 기괴하게 생긴 돌이죠. 서양에서는 추하다고 여길 수 있겠지만, 동양에서는 시간이 만들어낸 고귀한 것으로 평가하지요. 때로는 바위에 푸른색을 칠하기도 하는데, 청색은 오래된 이끼를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적색, 청색, 황색, 녹색의 짙고 화려한 농담과 채색으로 매우 화려하면서도 장식성과 기복성이 잘 드러나 있어요.”
김최 교수는 장자 등 동양철학의 사상이 그림에 어떻게 반영되어있는지 그리고 우리 마음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를 오는 21일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3주에 걸쳐 소개한다. 수강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익숙한 동양화 속에 담겨있는 사상과 정서를 따라가면서 그림 감상을 곁들인 철학공부에 빠져들었다.
한편, 생애 주기별 인문학 프로그램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과 3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주제를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강좌를 오는 12월까지 개설해 나갈 예정이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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