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작은 ‘공간(space)’을 가졌지만 더 큰 ‘우주(space)’를 가지고 있습니다.”(We have a small space, but we have bigger space.)
마시어스 링크 룩셈부르크 경제부 우주정책국 부국장이 최근 기자와 만나 자국의 우주산업 경쟁력을 재치 있게 표현한 말이다.
전체 인구가 60만명이 채 안 되는 룩셈부르크는 국토 면적이 경기도의 4분의1에 불과한 소국(小國)이다. 독일·프랑스와 같은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여 19세기까지 400년 동안 20차례 이상 외침을 받으며 한국처럼 영토를 잃고 주권을 빼앗긴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0만달러를 넘는 세계 최고 부국(富國)이다.
1950년대 철강산업을 일으키고 1980년대에는 금융업을 통해 국부를 창출한 룩셈부르크는 지금 우주산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분산시키기 위해 선택한 분야가 바로 우주산업이다. 글로벌 1위 인공위성 운영 회사인 ‘SES’를 포함해 30~40개의 크고 작은 우주산업 분야 기업들이 활발하게 수익을 내고 있고 8개 연구기관에서 우주탐사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룩셈부르크 정부는 미국 우주 광산 기업 플래니터리 리소시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룩셈부르크가 반세기 이상 앞선 선진국들과의 기술력 격차를 따라잡고 ‘우주 강소국’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된 비결은 뭘까. 바로 우주항공산업 분야에서 철저한 ‘시장 중심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최근 룩셈부르크 경제부 청사에서 만난 링크 부국장은 “룩셈부르크 우주 경쟁력은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에서 나온다”며 “정부는 민간기업들이 목표를 달성하고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에 집중할 뿐 우주 탐사를 위한 국가 차원의 실행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시장 중심의 정책을 펴면서 자연스럽게 산업 발전과 외부 자본 유치 등이 이뤄졌고 그렇게 결실을 맺은 대표적인 사례가 SES”라면서 “미국·러시아·중국 등 강대국 수준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집중해 경쟁력을 키웠고 인공위성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SES는 지난해 기준 130개 국가에서 300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으며 전 세계 항공사 비행기 90%에 위성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20억6,880만유로(2조6,6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편 룩셈부르크 정부는 국내 스타트업과도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마리오 그로츠 경제부 연구·지식 재산권·신기술 분야 차관 등이 한국을 방문해 우주 분야 우수 기술을 보유한 회사에 우주광물채집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한 바 있다. 링크 부국장은 “아직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 기업은 없지만 논의는 계속하고 있다”면서 “협업이 성사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룩셈부르크=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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