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3·4분기 누적 실적으로 부동의 1위였던 신한금융을 제쳤지만 오히려 위기를 얘기했다. 리딩뱅크 유지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뛰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회장은 1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국민은행 창립 16주년 기념식에서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분명한 목표와 방향성을 공유하며 지난 3년간 쉬지 않고 달려와 과거의 부진했던 모습을 떨치고 리딩뱅크 위상을 회복하는 원년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회장은 “앞으로 은행의 경쟁자는 구글·아마존·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될 것”이라며 지금과는 전혀 다른 영업경쟁 환경을 맞이할 것임을 예고했다. 윤 회장은 또 “모든 사물이 모바일로 연결되는 ‘초연결의 시대’에는 전광석화 같은 의사결정과 정밀한 마케팅이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라며 “오랜 관행으로 단기성과지표인 핵심평가지표(KPI)의 달인이 되어 무엇이 문제인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타성’과 ‘무관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년 만에 처음 1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혁신적인 사고로 전 임직원이 매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위기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그는 “천 년 역사의 로마제국도 내부의 분열로 멸망에 이르렀고 천둥 번개를 이겨낸 수백 년의 거목도 속을 파먹는 딱정벌레 몇 마리에 말라 죽는다”면서 함께 화합하고 단결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강조했다. 윤 회장은 마지막으로 최근 회장 선임 절차의 논란을 의식한 듯 “신입 행원도 회장·은행장의 꿈을 키우면서 KB의 백년대계를 준비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 승계의 소중한 이정표를 마침내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KB금융의 경우 후임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논란과 국민은행장 외부 인사 발탁설 등으로 혼란을 겪었지만 이제는 회장·행장 모두 내부 인사로 채워지면서 외국 선진 금융회사처럼 최고경영자(CEO) 승계 시스템이 안착했다는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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