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팀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골칫거리 하나를 또 다시 해결해줬다.
2일 연세암병원에 따르면 조 교수와 윤미란 제암연구소 박사팀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두경부암 등 표적치료제가 임상시험에서 예상 밖의 초라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이유를 밝혀내고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병용(竝用)요법을 찾아냈다.
조 교수팀은 두경부암 환자의 암세포를 실험쥐에 이식한 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중인 PI3K 신호전달경로 억제제(NVP-BKM120)를 투여했다. 그랬더니 암세포 내 인터루킨(IL)-6와 ‘세포 외 신호조절 인산화효소’(ERK) 신호전달계가 활성화돼 발암세포 유전자(c-Myc)가 대량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PI3K 신호전달경로 외에도 암세포의 생존·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로가 많다는 얘기다.
조 교수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병용요법도 찾아냈다. PI3K 억제제인 노바티스의 BKM120과 악성 피부암(흑색종) 치료제인 트라메티닙을 함께 투여했더니 BKM120의 암세포 증식억제 효과가 크게 높아졌다. 또 BKM120과 로슈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토실리주맙을 함께 썼더니 BKM120에 내성을 보인 환자유래 종양 성장을 유의하게 억제했다. 병용투여한 트라메티닙과 토실리주맙이 종양 발달을 촉진하는 ERK 및 IL-6 신호전달을 억제해 BKM120이 치료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게 해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로슈, 제넨텍, 베링거인겔하임 등이 PI3K 억제제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가 미미해 발목이 잡힌 상태”라며 “이번 연구에서 암세포가 PI3K 억제제에 내성을 갖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병용요법을 제시,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으로 전임상·임상시험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항암분야의 저명 학술지 ‘종양유전자’(Oncogene)에 실렸다.
두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 6위를 보이는 암으로 국내에서도 매년 3,000여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현재 표적항암제 세툭시맙(제품명 ‘얼비툭스’)이 유일하지만 10% 안팎에서만 치료효과가 있고 항암치료 후 무(無)진행 생존기간이 평균 3개월에 불과한 악성 암이다.
앞서 조 교수팀은 노바티스가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 수용체를 차단하는 표적항암제를 개발하고도 어떤 환자에게 잘 듣는지 판단할 바이오 마커 등을 몰라 임상시험에서 헤매던 것을 해결해줬다. 덕분에 조 교수팀은 노바티스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중개연구 허브센터’로 지정돼 폐암 치료 물질의 독성 여부와 치료 효과를 동물·세포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전임상연구부터 참여하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이 어떤 환자군에 잘 듣는지와 약물 작용 메커니즘을 알아내면 국내와 아태지역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 진행도 총괄하게 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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