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인수 1년 반 만에 매물로 나온 한라시멘트가 12일 예비입찰에 나서면서 시멘트 업계 재편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업계 3위권 진입을 노리는 아세아시멘트(183190)가 현재 가장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성신양회(004980)·LK투자파트너스의 베팅에 따라 시멘트 업계 구도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흐를 수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라시멘트 지분 100%를 보유한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예비입찰을 벌인 결과 아세아시멘트와 산업은행 컨소시엄, 시멘트와 레미콘 생산업체인 성신양회와 아주산업, 사모펀드인 LK투자파트너스 등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직계열화 효과를 검토한 유진기업은 고심 끝에 불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멘트 업계는 상위 6개사가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구조인데 최근 현대시멘트(006390)를 인수한 한일시멘트(003300)가 25%, 쌍용양회(003410)가 22% 남짓한 점유율을 갖고 있다.
아세아시멘트는 7%대 점유율로 중대형 시멘트 업체 중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 18%로 단숨에 업계 3위권에 안착하게 된다.
강원도 강릉 옥계에 광산 전용항구를 둔 한라시멘트는 해상 운송이 가능해 톤당 운송비가 4~5배 저렴하다. 내륙인 충북 제천에 공장을 둔 아세아시멘트로서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베어링PEA가 지난해 4월 한라시멘트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한라시멘트의 당기순이익은 411억원에서 63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28억원으로 1년 만에 30%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세아시멘트가 인수를 위한 펀드 구성도 마무리하는 등 사활을 걸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자체 보유 현금도 상당하기 때문에 현재 인수 희망자 가운데서는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다만 사모펀드 업계 일각에서는 베어링PEA가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면서 빌린 차입금 때문에 재무구조가 나빠졌고 이를 매각 대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라시멘트 인수 당시 세운 페이퍼컴퍼니 라코의 차입금이 2,800억원이었는데 라코와 한라시멘트가 합병하면서 2,800억원이 한라시멘트의 차입금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베어링PEA 인수 후 배당 성향도 188%로 업계 평균보다 높아졌다.
이 때문에 한라시멘트의 지분과 순현금자산 가치가 7,000억원대 중반에 이르지만 차입금을 제외한 5,000억원이 시장에서 예상하는 매각가로 거론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매각예정가로 6,000억~8,000억원이 거론되고 일부에서는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터무니없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막대한 시설 투자금이 드는 시멘트 업계는 신규 시장 진입이 어렵고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아 한 번 정해진 시장 점유율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2004년과 2010년 아세아시멘트를 비롯한 일부 시멘트 업체가 가격 인하를 통한 점유율 확대를 꾀했지만 곧바로 경쟁업체들이 가격 인하로 맞대응하면서 업계 순위가 고착됐다.
최근에는 건설업 반짝 호황과 맞물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시멘트 업계 인수 합병붐이 일었다.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를 보유하고 있고 LK투자파트너스는 한일시멘트와 손잡고 현대시멘트 인수에 성공하며 쌍용양회와 엇비슷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부터 신규 건축 수요가 줄면서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시멘트 업계도 천천히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아세아시멘트가 인수하면 빅3 중심으로 재편되고 LK파트너스나 성신양회가 한라시멘트를 품게 되면 단숨에 독주체제가 형성된다”며 “이번 매각 결과는 시멘트 업계에서도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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