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의 ‘딥체인지 2.0’이 첫발을 내디뎠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배터리·고부가 화학사업을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함으로써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기존 배터리&정보전자소재 사업부를 배터리 사업과 소재 사업으로 분리하고 자동차 및 포장재사업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직개편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우선 배터리와 분리막, 정보전자소재 생산을 담당했던 ‘B&I’사업부를 배터리 사업과 소재 사업으로 각각 분리해 최고경영자(CEO) 직속 사업 조직으로 신설했다. 배터리 사업의 경우 배터리 사업본부를 신설해 사업지원, 마케팅 등 사업 전반을 총괄하게 했다. 또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배터리 연구소’를 확대 개편하고, 핵심기술 개발부서 등을 새로 만들었다.
화학사업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자동차와 포장재 분야에 힘을 싣기로 했다. 기존 포괄적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던 부서를 자동차사업부, 포장재사업부로 구체화해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으로의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SK이노베이션의 신경영전략 ‘딥체인지 2.0’의 후속 조처다. 특히 ‘디젤 게이트’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글로벌 배터리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이례적으로 배터리 위주의 ‘한여름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두르지 않으면 실기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지난 5월 배터리 연간 생산량을 현 1.9GWh에서 2020년까지 10GWh까지 늘리고 2025년에는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내년까지 한번 충전으로 500㎞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고 2020년까지 700㎞ 주행이 가능한 제품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화학사업도 기초화학제품 중심에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포장재와 자동차 내장재 분야로 확장하기로 했다.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을 2024년까지 글로벌 10대 화학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최소 10조원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이 공언했던 ‘딥체인지 2.0’의 첫 단추를 끼운 만큼 나머지 신경영전략의 추가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장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리막 설비 2개 라인을 증설하고 있으며 추가 증설도 검토 중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주된 전략인 ‘글로벌 파트너링’의 성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중국에 마케팅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합작 투자로 꼽히는 ‘중한석화’와 같은 조인트벤처 설립과 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안하던 것을 새롭게 잘하기 위한 조직개편으로 아프리카 초원에서 펼쳐지는 경영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글로벌 에너지ㆍ화학기업의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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