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입하기로 한 ‘체크바캉스’는 프랑스의 제도다. 프랑스는 지난 1982년 ‘휴가의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체크바캉스’를 도입했다. 휴가 갈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 노동자들에게 국내여행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일종의 ‘국민휴가제도’였다. 이런 제도에 힘입어 프랑스는 휴가를 가장 많이 가는 나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가 2014년 시범운영했다가 폐기한 제도를 다시 도입하기로 한 데는 휴가를 늘리면서 내수도 활성화 시켜보자는 포석이 깔려 있다.
제도는 1차적으로 직원과 기업이 휴가비를 함께 적립하면 정부도 일정 부분 지원해주는 구조다. 근로자가 20만원을 내면 기업이 10만원을 더하고 정부가 10만원을 보태는 식이다. 대상은 중소기업으로 한정된다. 또 여행 지역 역시 국내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내년부터 제도 설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정부와 기업·근로자가 낸 돈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으로 할인이나 포인트 지급 등의 형태로 휴가비를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안착 여부는 여전히 장담하기 힘들다. 중소기업은 여행 경비 부담보다 휴가를 마음 놓고 가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2014년 시범사업이 실패한 것도 결국 참여 부족 탓이다.
정부가 휴가비까지 지원해주느냐는 문제도 일각에서는 제기한다. 다만 2014년 시행 당시 체크바캉스에 참여했던 직원이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2.1일 더 여행을 가고 여행 경비도 전년보다 더 지출한 것으로 나타나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됐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올 하반기에 효과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올해는 어렵고 내년에는 (제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체크바캉스와 함께 대체공휴일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휴일 제도도 개선된다. 정부는 일부 공휴일을 요일제 공휴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공휴일 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지원도 확대된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이달 말 결정하는 교육급여 지원 단가를 올리고 일부 시도 교육청에서 실시 중인 저소득층에 대한 현장체험학습비와 수학여행비·교복비 지원을 모든 시도에서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내년부터는 저소득층의 자활을 돕기 위한 근로소득장려세제(EITC)의 대상과 지급액도 확대한다. 기초생활보장 제도 부양의무자 기준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기초연금도 오는 2021년에 30만원까지 올린다. EITC 지급액의 경우 10% 안팎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4·4분기 중에는 도시가스요금도 내려간다. 정부는 미수금 정산 완료를 반영해 도시가스요금을 인하하기로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국제유가와 환율에 연동한 연료비를 요금에 반영해왔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연동제 시행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대규모의 미수금을 떠안게 됐는데 이 규모가 2012년에는 5조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이후 연동제를 다시 시행하면서 도시가스요금에 미수금 정산분이 부과돼 왔다. 실제 소비자들이 쓰는 것 이상으로 요금이 부과돼온 것이다.
전기요금은 인상 요인이 생기더라도 한국전력의 경영 효율화를 통해 우선 떠안기로 했다. 전기요금을 당분간 올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6단계 11.7배수로 돼 있던 누진제를 3단계 3배수로 완화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기요금 개편으로 인한 인하 효과 1조2,000억원은 한전이 자체적으로 부담하기로 했다”면서 “올해 당기순이익이 그보다 많아서 당분간은 요금 인상 대신 한전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시설의 냉난방기 교체 비용도 지원된다. 한국전력은 노인과 아동·장애인 복지시설이 냉난방시설을 구입하는 경우 비용의 50%를 지원한다. 새로 지원되는 품목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에어컨과 히트펌프 보일러다. 지원은 9월부터 시작되는데 관련 예산(1,000억원)이 소진될 때까지 진행된다.
이외에 정부는 계란 할당관세를 연말까지 연장하고 배추와 양파 등 가격불안 농축수산물 비축물량을 탄력적으로 방출하기로 했다. 또 주요 프랜차이즈 심층원가분석 등 소비자단체와 연계한 가격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사재기, 편승 인상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엄정 대응할 예정이다.
예금과 신탁·외환에 국한돼 있는 숨은 금융자산 조회 대상을 은행 취급 펀드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확대하고 환급시간도 오전9시~오후5시에서 오후10시까지로 늘린다. ISA의 경우 세제혜택이 대폭 늘어나고 가입 대상도 확대된다. 잠자는 카드포인트를 자동으로 되돌려 주는 캐시백 제도의 확산도 추진된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