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지도 두 달이 됐다. 정치적 문제와 하반기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경제 전체적으로 상황은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정부는 7대 가계부채 대책으로 제시한 최고금리나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정책을 제외하면 금융정책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금융과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는 낮은 편에 속해 보인다. 이러한 정책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정부의 세수진도율이 매우 빠르다. 올해 5월까지의 국세수입은 지난해의 112조7,000억원에 비해 11조2,000억원 증가한 123조9,000억원을 나타냈는데 법인세가 4조3,000억원, 부가세가 2조5,000억원, 소득세가 1조8,000억원 더 걷혔다. 이러한 요인으로는 법인실적 개선, 세원 확보, 부동산 거래 증가 등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정부는 카드사를 통한 부가세 대리징수제도 도입을 통해 부가세를 더욱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4년 세법상 걷어야 하는 세금과 실제 걷힌 세금의 격차인 택스갭 중 부가세에서 발생하는 것이 1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까지의 부가세 증가분을 감안하면 부가세 대리징수로 약 2조~4조원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제 규모, 지하경제, 부가세율, 영세율, 면세율을 감안해도 비슷한 규모로 추정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 금융기관의 인프라를 이용해 추가비용은 들이지 않으면서 부가세 징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비용 대비 편익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주체별로 살펴보면 제도 도입이 의도와 달리 큰 피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 우선 영세·중소 가맹점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 거래는 기업 간 거래(B2B)보다 영세·중소 가맹점이 많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제도 도입시 부가세 금액에 대한 기간이익의 상실이 발생하게 된다. 즉 카드 가맹점은 상품 구입에 있어서는 부가세를 지불하지만 물건을 판매할 때는 부가세를 징수하지 못해 일정 기간 자금 유동성 저하가 불가피할 수 있다. 이는 영업환경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영세·중소 가맹점의 자금 유동성을 더욱 악화시켜 폐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래의 편의성 저하와 비의도적 조세회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가맹점의 카드 결제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부가세 대리징수제도가 도입되면 가맹점은 카드 결제보다 현금 결제를 더 선호하게 된다. 즉 현금 결제를 유도해 소비자의 결제 편의성을 낮추고 가맹점의 불법적 현금할인 등으로 소비자가 의도치 않게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거래 투명성을 낮춰 세수 확보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는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카드사는 부가세 대리징수에 참여할 유인이 없어 보인다. 카드사는 부가세 대리징수를 위해 관련 시스템 구축과 추가 인력 투입을 해야 하고 가맹점 정보보안 강화 같은 비용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드사는 가맹점의 관련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 부담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자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가맹점들은 카드 결제대금을 하루라도 빨리 받기 위해 카드사에 계속 요구하는 상황에서 판매대금의 약 10%를 차지하는 부가세를 받지 못한다고 할 때 이에 대한 모든 불만은 카드사에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 부가세 대리징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카드사가 모든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부가세 대리납부제도의 시행에 있어 정확한 비용·편익 분석과 사회 후생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논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또 제도 도입이 원활히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입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과 이들이 부가세 대리징수제도에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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