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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銀 점포폐쇄' 한미FTA 새 뇌관...美 '금융서비스 협정개정' 압박 예고

정부 개입은 협정위반 소지

"금융서비스 우위 선점하자"

美, 입맛 맞게 예외조항 수정 요구할듯

미국의 요구로 한미가 마주앉을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테이블에서는 금융서비스 부문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의 점포폐쇄를 두고 우리 정부와 국회가 “건전성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식으로 압박했는데 이 자체가 한미 FTA 협정문을 위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협정문(13장 10조)에는 금융기관 수나 자연인의 총수 등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당국의 개입성 발언이 협정문 개정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16일 통상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씨티은행 점포폐쇄를 둘러싼 문제가 한미 FTA 협정문 13장(금융서비스)의 위배 소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3월 일반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영업점 126개 가운데 101개를 줄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업창구를 통해 거래되는 비중이 전체의 5%밖에 되지 않는데 직원의 40%가 지점에서 일하는 인력배치 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게다가 핀테크가 가속화하면 비대면 거래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근무직원 수 100명이 넘는 대형점포를 늘려 프라이빗뱅킹(PB) 업무를 강화하는 대신 효율성이 떨어지는 소형점포는 통폐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측의 발표에 노조 측은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금융당국까지 나서 “총 점포의 10% 이상을 줄이는 대규모 통폐합 추진 은행에는 건전성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국회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주축으로 “점포 폐쇄를 중단하라”고 은행 측을 압박했다. 결국 한국씨티은행은 폐쇄 점포 수를 당초 101개에서 90개로 줄이는 식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축소했다. 한국씨티은행은 미국씨티은행이 100% 자회사인 씨티은행투자회사를 통해 소유한 미국 회사다.





씨티은행 이번 사례는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이 금융서비스 분야의 협정문을 조정할 수 있는 불씨를 남겼다. 한미 FTA 협정문 13장 4조(시장접근·MA)에는 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금융기관 또는 투자자에 대해 △금융기관 수 △자연인의 총수 등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금융위가 씨티은행 점포 폐쇄를 겨냥해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한 것을 FTA 규정 위반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다만 13장 10조는 금융당국이 △투자자와 예금자 등 금융소비자 보호하려는 제도 등을 위해 건전성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금융위는 “건전성 제도가 있기 때문에 씨티은행 점포와 관련된 사항은 FTA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13장에 규정된 내국민대우(NT)와 최혜국대우(MFN) 규정을 어긴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은 높다. 내국민대우는 자국 금융기관 또는 투자자보다 불리한 대우를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다. 최혜국대우도 우리 시장에서 자국과 양자 FTA를 맺지 않은 제3국 금융기관보다 불리한 대우를 못하게 하는 조항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제금융 전문 변호사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른 금융기관이 철수할 때 비슷한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NT와 MFN 조항을 위반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이 이 문제로 언제든지 FTA에 규정된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통해 제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영업을 지속할 씨티은행이 ISD를 활용할 확률은 낮다. 대신 미국씨티은행은 협상에 나서기 전 업계의 요구사항을 듣는 공청회에서 미국 정부에 최근 점포폐쇄와 관련된 어려움을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한미 FTA 협상 당시 씨티은행을 소유한 씨티그룹은 “미국의 산업과 기업에 돌아갈 혜택이 막대하다”며 “최대한 빨리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도 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사례를 들어 금융서비스 조항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2007년 한미가 FTA 협상을 벌일 당시와 10년이 지난 지금은 금융산업 환경이 상당히 바뀌었다. 13장 MA에 금융기관과 자연인의 수를 제한하지 못하게 한 것은 “외국계 금융기관이 양국 시장에서 점포를 확장하는 데 제한을 두지 말자”는 합의였다. 하지만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모바일뱅킹·인터넷은행 등 핀테크가 활성화되며 점포 수 확대가 아닌 점포 수 축소가 금융서비스의 쟁점이 됐다. 바뀐 시장 상황을 반영해 관련 조항을 손볼 명분은 충분하다. 공산품보다 서비스 경쟁력이 높은 미국의 이해와도 일치한다.

통상법 전문가는 “미국은 한미 FTA 금융서비스 조항의 본문을 고치기보다 예외조항(Annex)에 구체적 합의 사항(SPECIFIC COMMITMENTS)으로 적시하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최근 인터넷은행과 모바일전자상거래 등의 영업에서 자국 금융기관이 유리하도록 신금융서비스(13장 6조) 수정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구경우·이주원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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