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이 북한 병사가 쏜 총탄에 맞아 숨진 지 11일로 꼭 9년이 됐다. 남북 민간 교류의 상징이던 금강산 관광은 사건 당일인 지난 2008년 7월11일 즉시 중단됐다. 북측에 머물던 1,000여명의 관광객도 하루 이틀 사이 짐을 싸 내려왔다. 민간 교류 사업을 주도하며 잘 나가던 현대아산의 시계(視界)는 그날로 제로가 됐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매년 수십~수백억원의 적자를 감내하며 마이스(MICE), 유통, 건설·토목 사업 등으로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다.
현재 현대아산의 직원 수는 169명(기간제 포함)으로 10여년 전 1,000여명의 5분의1에도 못 미친다. 당시 금강산 현지 고용 인원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인원 축소의 폭이 더 크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금강산사업소에 본사 직원 인력들과 현지 채용 인력이 70~80명 상주했다”면서 “이 인력들도 모두 자리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사장급이었던 대표이사 자리도 지난해 9월 상무급으로 하향 조정됐고 한때 14명이었던 임원진은 현재 상무보 3명이 전부다. 영업 실적도 지난해 73억원 영업적자를 낸 것을 비롯해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지금까지 누적된 매출 손실을 1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현대아산 측은 금강산 중단 10년 차에 접어든 올 초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관계 개선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여전히 복잡하다.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움직임이 긴박해지면서 남북 문제가 첨예한 국제 문제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남북 교류 재개는 이제 현대아산은 물론 우리 정부의 의지만으로도 결정될 수 없는 영역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실타래는 엉켜 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지 안내 인력 채용 등 한두 달 내 관광이 재개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확대 운영의 필요성 등 민간 교류와 대화 채널 구축을 강조한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의 여파로 신청조차 하지 못했던 고 정몽헌 현대 회장 추모식도 예전처럼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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