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코리아에 다니는 손모 부장은 일주일에 두 번 필라테스로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손 부장은 “여자 동창들의 권유로 여성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필라테스를 하면서 몸의 군더더기가 많이 없어지고 자세도 상당히 교정됐다”고 귀띔했다. 운동하기 전에는 체지방 감소를 극대화하기 위해 ‘팻다운’과 같은 기능성 운동 식품을 챙긴다. 체지방 감소 효과로 몸의 변화가 생기자 몸을 더욱 꾸준히 관리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겨 그는 심지어 직구 사이트를 통해 ‘단백질 팬케이크’도 주문해 식단을 관리한다.
다이어트 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그루밍족’을 비롯해 자신에게 투자하는 남성들이 급증하며 단순히 여름 한 철이 아닌 1년 내내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생활밀착형 다이어트족의 등장으로 남성 다이어트 시장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남성 전용 보정속옷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으며 남성을 겨냥한 다이어트 상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보정속옷 입고 필라테스 하는 남성들=실제로 11번가에 따르면 남성들이 최근 한 달 간(5월16일~6월15일) 구매한 다이어트 관련 품목을 보면 필라테스를 할 때 사용하는 ‘폼롤러’가 전년 동기 대비 421%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2위는 다이어트 차로 291% 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식이섬유(71%), 체중조절 셰이크(27%), 체중계(23%) 등의 품목도 매출 증가 폭이 컸다. 여성들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는 남성들이 생겨나 요가매트, 짐볼, 필라테스 용품도 각각 37%, 58%, 14%씩 증가했다.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보정속옷을 입는 남성들도 생겨났다. 골반을 교정해주는 니퍼와 복대를 찾는 남성이 5% 늘었고 보정속옷은 13% 더 팔렸다.
11번가는 아예 몸 만드는 남성을 잡기 위해 ‘다이어트 세일’도 시작했다. 관련 식품, 홈트레이닝 운동용품, 선스틱 등을 묶어 ‘다이어트 쿠폰(15% 할인, 10원 이상 최대 1만원)’을 한 아이디당 1일 3회씩 발급해주고 있다.
보정속옷을 입어서라도 몸매 관리를 하려는 적극적인 남성들의 등장으로 남성 보정속옷 시장도 날아오르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기존 트렁크 스타일의 제품은 관심에서 밀려나고 쿨 소재나 통풍·소취 등 기능성 제품 구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남성 기능성 속옷 매출은 전년 대비 15%나 성장했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올해 관련 속옷 물량 비중을 지난해보다 10%포인트 이상 늘렸다. 지난 4월에는 노원점에서 남성 속옷 전문 브랜드인 ‘라쉬번’ 특설 매장을 운영해 3일 동안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올 하반기에는 남성 전문 기능성 언더웨어 브랜드도 입점할 계획이다.
CJ몰에서도 보정속옷의 인기는 나타나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남성 보정속옷은 ‘보디셰이퍼’ ‘힙업팬티’ ‘힙패드(엉뽕)’ 등으로 외모에 관심이 높은 젊은 층뿐 아니라 나잇살로 보디라인이 신경 쓰이는 중장년층들도 주로 찾는다. 올 들어 6월6일까지 남성 보정속옷 주문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정속옷과 더불어 옷맵시를 신경 쓰는 남성들이 많아지면서 유두를 가려주는 ‘니플밴드’의 주문량도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보디셰이퍼’는 탄성도가 높은 소재로 이뤄진 보정속옷으로 뱃살·옆구리·가슴 등 처진 살을 바로잡아줘 보디라인을 보다 슬림하게 보정해주는 속옷이다. 가슴부터 복부까지 상체 전체를 잡아주는 셰이퍼가 있고 가슴이나 복부만 집중적으로 보정해주는 부위별 셰이퍼가 나와 있다. 남성들이 주로 입는 러닝 형태로 돼 있으며 복부 셰이퍼의 경우에는 복대 형태처럼 상의 안에 착용할 수 있다.
‘힙업 팬티’는 남성용 드로즈에 엉덩이 볼륨을 살려주는 쿠션 패드가 포함된 속옷으로 엉덩이 패드 일체형 드로즈와 패드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분리된 팬티로 구분된다. ‘힙패드(엉뽕)’는 접착성이 있어 팬티에 부착할 수 있는 볼륨 패드로 여성뿐 아니라 엉덩이 볼륨이 적어 옷맵시가 살지 않는 남성들이 주로 찾는다.
◇다이어트 액세서리 상품도 큰 인기=특히 남성들은 운동을 곁들이는 것뿐 아니라 여성들과 달리 굶지 않고 먹으면서 다이어트 하는 ‘먹슬림’ 열풍을 이끌고 있는 게 특징이다. 운동 전후 다이어트 식품을 통해 체지방 감소를 극대화시키는가 하면 기능성 식품을 먹으면서 건강한 다이어트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CJ제일제당의 다이어트 전문 브랜드 ‘팻다운’은 운동 전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건강식품을 찾는 남성들이 늘자 체지방은 감소시키고 활력을 증진시키는 남성 다이어트 건강식품 ‘H.O.P.E 디팻옴므’를 내놨다. 원래 팻다운 제품 구매자 비율은 여성과 남성이 8대2였으나 갈수록 남성 구매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운동 전에 마시면 다이어트 효과가 높은 ‘팻다운 파워번’의 경우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남성 다이어트 열풍은 패션과 뷰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성들만 입었던 요가복과 필라테스복을 차려입고 운동하는 남성들의 등장으로 요가복 룰루레몬이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블랙야크·살레와·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나오는 홈트레이닝복도 남성들이 많이 찾는다.
야외 운동을 하는 남성들 덕분에 덩달아 남성 액세서리 상품도 큰 인기다. 롯데백화점 남성 액세서리 전문 편집매장인 ‘다비드컬렉션’의 경우 남성 전용 선크림과 데오드란트를 포함한 남성 전용 그루밍 용품의 매출 비중이 2015년 5% 미만에서 올해 20% 수준으로 훌쩍 뛰었다. 이에 다비드컬렉션은 기존 ‘잭블랙’ 남성 전용 선크림과 데오드란트에 이어 ‘벡스터오브캘리포니아’ 오일프리 남성 전용 데오드란트를 최근 추가하는 등 라인업을 더 강화했다.
/심희정·윤경환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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