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영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를 통해 받은 ‘출자총액제한집단 계열 2자 물류기업(그룹 물량을 물류 자회사가 수행하는 형태)의 내부거래 비중’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로지텍의 내부거래 비율은 지난해 92%에 달했다. 삼성그룹 계열인 삼성SDS(87.8%), LG그룹 계열 범한판토스(69.8%),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현대글로비스(66.9%) 등의 내부거래 비율은 60%를 넘는다.
내부거래를 통해 이들 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03년 5,700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15조3,406억원으로 27배나 늘었다. 13년 만에 이룬 성과다. 삼성SDS도 같은 기간 4,615억원에서 8조1,802억원으로 18배 성장했다.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이 유통물량을 독식하면서 물류 시장도 기존 ‘3자 물류’ 방식에서 수년 새 ‘2자 물류’ 중심으로 변해버렸다.
지분 분산 등으로 규제의 틀에서도 벗어나 있다. 물류 자회사들이 총수 일가 지분을 30% 이하로 유지하거나 다른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소유하는 식으로 교묘하게 규제를 피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23.29%),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6.71%)이 총 29.9%의 지분을 보유해 아슬아슬하게 규제선 밖에 있다. 이번에 일감 몰아주기 관련 법이 개정되면 현대차그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셈이다. 삼성SDS와 삼성전자로지텍은 총수 일가의 지분을 줄이고 삼성전자 등의 법인소유 방식으로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판토스 로지스틱스의 경우 총수 일가는 20%가량의 지분만 보유한 채 LG상사가 5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정부가 물류 부문의 일감 몰아주기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이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국토교통부 등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겠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실행되면 물량 상당 부분이 외국사로 넘어갈 수 있어 국부 유출이 불가피하다. 국내 전문물류업체가 대부분 중소 규모라 대기업 물류 자회사의 물량을 처리할 능력이 떨어져 외국계 물류 대기업에 의존하며 운송비 증가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위관계자는 20일 “물류 업종만 특정해서 검토하는 건 아니고 대통령 공약사항에 있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강화 차원에서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방향이 확정된 바는 없고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내부 방침이 확정된 후 국정자문위와의 협의를 통해 추진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3자 물류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계열 물류기업의 2자 물류를 축소하도록 내부거래를 50% 미만으로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3자 물류기업(물류전문기업 등 3자에 물류를 위탁하는 형태)들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물류정책기본법에 중소 3자 물류기업들에 대해 법인세율을 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현재 제도화된 3자 물류기업 컨설팅 지원금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준을 총수 일가 지분율 30%에서 20%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20%대의 지분을 소유해 규제를 피해갔던 주요 2자 물류업체는 지분을 팔거나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낮아진 지분율 규제 등에 맞춰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의 실효세율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재벌 총수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 간의 유통 일감 몰아주기는 별다른 경쟁 없이 이뤄져 사실상 증여로 보는데 이에 대한 세율을 높이면 규제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자 물류 업계는 억울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2자 물류 업계는 “정부 정책이 변하면 그에 따른다”면서도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정책 추진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 대기업 물류 자회사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2자 물류를 추진하게 된 배경 자체가 모기업들의 글로벌 물류 효율화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인데 ‘일감 몰아주기’라는 프레임 탓에 나쁜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비판 때문에 외부물량을 늘려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3자 물류 업계에서는 시장의 파이를 또 가져가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의 3자 물류 업체 중 물량을 소화할 만한 곳이 드물기 때문에 결국 해외 업체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국가 경제를 봤을 때 누구에게 득이 될지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기자 이현호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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