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오랜 박스권을 뚫고 상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항상 그렇듯이 시장에서는 수많은 예측이 나오고 있으며 조금은 들뜬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투자의 판단을 내릴 때 냉정함을 유지하고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투자자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믿고 주식을 매수하기도 하지만 시장의 추세와 심리를 따라 매수하기도 한다. 흔히 전자를 가치 투자라 하고 후자를 모멘텀 투자라고 한다. 가치 투자자는 재무제표 분석과 같은 기본적 분석을, 모멘텀 투자자는 주가 차트 분석과 같은 기술적 분석을 중요한 투자 결정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가치투자는 현재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되는 주식을 사서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언제까지고 기다린다. 기업 가치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과 확신이 필요하다. 모멘텀 투자를 하려면 언제, 누가, 무엇을 사고 있는지를 신속히 포착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떤 쪽이 좋은 투자인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양쪽에서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보여주는 사례가 얼마든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처음에 정한 원칙을 꾸준히 지켜나가기는 말처럼 쉽지는 않다. 현재 코스피가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은 기업의 실적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는데다가 시장의 수급도 좋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가증권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지난해 10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무려 13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MSCI 인덱스를 기준으로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2배에 불과하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의 PER가 18.7배,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의 PER가 12.9배인 것과 비교하면 유독 낮다. 다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스피가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우리나라 기업의 실적이 좋은데도 저평가돼 있다 보니 외국인들이 지난해 12월부터 한국 주식을 6개월 연속 순매수하여 수급이 좋아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개인투자자들이 모처럼 찾아온 상승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가가 조금 오르자 그동안 박스피에 지쳐 있던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펀드를 처분해 증시를 빠르게 떠나고 있다. 올해 4월까지만 산정해 봐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48조원에 이르는 큰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런 양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원칙 없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매매를 결정하는 마음가짐 탓이 아닐까 싶다. 가치 투자든 모멘텀 투자든 어떤 원칙을 가지고 투자를 시작했다면 초심을 지키는 게 최종적인 결과가 좋을 가능성이 높다. 철학을 지키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라 하는 것은 이런 뜻일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