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투자해온 레저 분야의 매각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차입경영을 감량경영으로 바꾸면서 투자 대비 수익 회수가 힘든 부문에 대해서는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판단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패션과 유통 부문에 주력하고 레저·테마파크 등 그룹 미래 부분은 투자 중지 후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랜드그룹은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와 한식 뷔페 자연별곡 등의 외식, 켄싱턴호텔체인·사이판리조트 등의 숙박, 대구 이월드 등의 테마파크, 베어스타운 등의 스키장을 사업 영역 중 미래 부분으로 영위하고 있다. 특히 호텔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이랜드그룹의 주요 소비층을 겨냥해 숙박·엔터테인먼트 등 관광 콘텐츠를 제공하고 패션·유통 등 쇼핑 콘텐츠와 합쳐 매출을 높이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이랜드그룹 전체의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당장 돈이 되지 않는 레저에 힘을 쏟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미래 부문에서 가장 수익을 내는 외식 부문은 사모펀드 MBK에 매각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통 부문을 맡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 이랜드리테일은 올해 상장이 무산되자 차입금을 갚기 위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등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로 6,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차입에서 외부 자본 유치로 그룹 경영을 바꾸면서 투자 회수 기간이 길거나 수익이 떨어지면 투자 우선순위를 미루고 매각하도록 방침을 정했다”면서 “레저는 투자할수록 회수할 수 있는 시간이 오래 걸려 매각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를 제외하면 이랜드그룹의 미래 부문은 수년째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13년 80억원이던 미래 부문의 영업이익은 2016년 298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호텔 부문은 낮은 브랜드력과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으로, 콘도는 시설 경쟁력 부족으로 대규모의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등 그룹의 레저 부문에 대한 지원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 테마파크인 이월드는 2010년 인수했지만 2015년 말까지 수익을 내지 못했다. 2012년부터 추진한 제주 애월 테마파크는 내년 이후로 착공을 미루면서 사업 주체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사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토지를 환매하겠다고 경고까지 한 상태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레저 사업 대부분이 나대지 상태”라면서 “그룹의 지원은 어려울 뿐 아니라 흑자를 내는 법인도 올해는 투자를 멈추고 사업 진행도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