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눈 여겨 볼 부분은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다. 현재 단말기를 살 때 이통사로부터 단말기 지원금을 받거나 통신요금을 20% 할인 받을 수 있다. 이중 단말기 지원금은 제조사와 이통사가 분담하지만 각자 얼마씩 내는지 공개를 안 한다. 그래서 출고가격을 부풀린 후 할인해 준다는 지적이 있다. 문 후보 측은 분리공시를 통해 제조사 분담금을 확인하고 그 만큼 출고가격을 낮추면 전체적으로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파수를 경매할 때 통신비 인하방법을 제출하도록 하고 데이터 요금 할인상품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단말기 지원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제한한 단통법 상한제를 조기 일몰하겠다는 공약은 효과가 미미할 전망이다. 현재도 신규 스마트폰은 최상위 요금제를 쓰더라도 단말기 지원금이 33만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애초 오는 9월말 일몰 예정이기 때문이다.
안 후보도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놓고 고심 중이다. 안 후보측은 △2G·3G 요금제 기본료 폐지 △공공 와이파이 확대 △망중립성 강화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 및 제4이동통신 출현 장려 등의 공약을 준비 중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4G 요금제에는 기본료 항목이 없는 경우가 많아 2G와 3G 기본료 폐지라는 현실적인 공약을 내세운 것”이라며 “이통사들이 통신요금 인하 여력이 생기도록 전파 사용료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핵심은 단말기 자급제가 꼽힌다. 현재 단말기 유통은 이통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공기계, 일명 언락폰은 일부 단말기 제조업체 매장에서 구할 수 있지만, 이통사보다 10% 가량 비싸고 사기도 어렵다. 통신비가 저렴한 알뜰폰도 최신 단말기 구입이 어려워 이용자들이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안 후보측은 언락폰 보급을 활성화해 알뜰폰 가입자를 늘리고 이통3사의 통신요금 경쟁을 촉진한다는 전략이다. 제4이통을 통한 요금경쟁과 공공 와이파이 확대를 통한 데이터 요금 경감 등도 검토 중인 공약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표(標)퓰리즘’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통신요금에 대한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이통사의 기본료 폐지 등 요금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통신시장의 흐름과 소비자들의 데이터 소비 패턴 변화 등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계 통신비가 수년째 하락하는 추세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가계당 월 통신비는 지난 2013년 15만2,800원에서 지난해 14만4,000원으로 내려갔다. 단통법 시행에 따라 보급형 제품 사용이 늘어나 단말기 구입 비용이 줄고 지난 2015년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개편 이후 음성통화 요금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통신비 부담이 줄어든 탓이다.
/양철민·창원=박호현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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