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물품이 기록되는 관세청에서는 약 507톤의 중국산 경유가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되면서 업계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얼마 안 되는 양이지만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경유가 있었고 국내에 들어온 뒤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에서는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다. 지금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중반대로 떨어졌지만 1월만 해도 5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었고 2월에도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수입한 뒤 시장에 풀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석유공사 통계가 민간 정유회사들이 신고해야 통계에 잡히는 만큼 통관과 신고 날짜의 차이로 통계에서 빠졌을 수 있다는 추측도 있었다.
석유공사 측에서도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국내에 들여온 경유는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신고할 때 석유공사에 통계에서 빠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잠시 혼란을 준 ‘사라진 경유 500톤’의 행방은 결국 관세청에서 알아냈다. 통관은 됐지만 국내에서 유통되지 않는 경유가 있다는 것이 관세청의 설명이었다.
예컨대 중국 수출 상품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인천을 출발해 중국에서 짐을 내리고 그곳에서 연료(경유)를 보충해서 인천으로 회항한 뒤 다시 부산 등 국내의 다른 항구로 이동했다면 국내 입국 시 남아 있는 경유가 수입물품으로 인정돼 수입 물품으로 통계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 중국에서 채워온 경유만큼 국내 경유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배에 남아 있는 경유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중국에서 연료를 넣지 않았다면 국내에서 연료를 소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1월 수입된 경유 전량이 이런 식으로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며 “평소에는 유통되는 경유와 섞여 통계에 드러나지 않았는데 올해 1월이 특이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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