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가 입수한 트럼프 행정부의 연례 무역정책 초안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에서 WTO의 영향력을 줄이고 분쟁 발생 시 미국 무역법이 우선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의 새로운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국제경제법과 WTO의 권위를 옹호해 온 미 행정부들의 정책 기조를 완전히 뒤집는 것으로, 상대국 시장이 시장을 개방해 미국 무역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 정책에는 WTO 규정과 관련해 중국과 한국, 멕시코 등 미국이 무역적자를 내는 교역국들에 대응할 수 있는 광범위한 방안이 기술돼 있으며, WTO가 무역 분쟁에 대한 조정 결정을 내릴 경우 이를 피해 가는 법적 논리도 개괄하고 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통해 WTO를 통하지 않고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보호무역주의자들로 무역정책 사령탑을 구성하고 기업 법인세의 급격한 인하와 수입 상품에 대한 과세 정책(국경세)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상대국의 반발 없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려면 가장 큰 걸림돌인 ‘WTO 제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정책 방향은 미국 내에서도 논란거리다. 하지만 최근 미국을 대표하는 보잉, GE,다우케미칼, 파이저 등 주요 수출기업 16개사가 의회에 서안을 보내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세 구상을 반영해 수입세를 올리는 세법 개정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호응하는 자국 내 세력도 상당한 편이다.
WSJ는 “WTO 체제에 도전하는 미국의 새 무역정책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최종 공표안에 담기는 내용은 더 톤다운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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