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연예술 캠프에서 만난 두 사람이 밀레니얼 세대를 극장으로 이끄는 모바일 예매 앱으로 주목받고 있다.
메릿 베어 Merritt Baer와 브라이언 펜티 Brian Fenty는 지난 10월 말 어느 습한 저녁, 틱틱붐 Tick, Tick … Boom!(서른이 되기 전에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는 것을 갈망하는 소호의 한 웨이터를 다룬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람석에 앉아 있었다.
두 남성은 공통분모가 많았다. 베어와 펜티는 극장 표를 판매하는 모바일 앱 투데이틱스 TodayTix의 공동 창업자로, 10대 때 여름 연극 캠프에서 만났다. 연기자를 꿈꿨던 두 연극 괴짜들은 2000년대 초 틱틱붐을 관람하며 이 뮤지컬과 사랑에 빠졌다(펜티는 오프 브로드웨이 상영 중, 베어는 플로리다 투어 중 이 뮤지컬을 처음 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 연기를 포기했다. CEO 베어는 “우리 둘은 모두 연극에 매우 열정적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의 재능은 계속 발전하는 데 우리 재능은 정체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어(31)와 펜티(30)는 다른 많은 배우 지망생들과는 달리, 그들의 열정을 사업으로 풀어낼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불과 3년 전 출시된 투데이틱스는 연극 티켓을 막판에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한 앱이다(티켓은 행사일 기준 최대 1주일 전에 예매할 수 있다). 이 앱은 뉴욕에선 이미 친숙한 풍경이 되고 있다. 붉은 티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브로드웨이와 일부 오프브로드웨이 극장 밖에서 고객들에게 티켓을 전달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투데이틱스는 쉑쉑 Shake Shack 버거 창업자 대니 마이어 Danny Meyer와 유나이티드 탤런트 에이전시 United Talent Agency의 CEO 제러미 짐머 Jeremy Zimmer 같은 벤처 캐피털리스트와 투자자들로부터 1,600만 달러를 펀딩 받아 시카고, 런던,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D.C., 로스앤젤레스 등 10개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앱은 지금까지 100만 달러 이상의 티켓을 판매했다. 재고 티켓을 판매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전 세계 400여 개 극장과 파트너십도 맺고 있다.
투데이틱스가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브로드웨이 리그 Broadway League (*역주: 미국의 제작자 및 공연장 협회) 는 관객 평균 연령을 44세로 집계하고 있지만, 투데이스는 평균 고객연령이 29세라고 밝히고 있다. 베어는 “밀레니얼 세대의 극장 진입을 손쉽게 함으로써 차세대 관객을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투데이틱스의 상황은 미리 정해진 운명처럼 보인다.
프렌치 우즈 French Woods 연극캠프 참가 후 베어와 펜티의 사이가 다소 소원해지긴 했지만, 그들은 대학 졸업 후 상당히 비슷한 커리어를 쌓아왔다. 펜티는 해밀턴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 Hamilton Investment Partners의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됐고, 2009년에는 브로드웨이에서 데이비드 마메트 David Mamet의 올레나 Oleanna를 제작하기도 했다. 베어는 투자은행 라자드 프레레스 Lazard Freres와 유럽의 티켓 예매 웹사이트 비아고고 Viagogo에서 근무했고, 브로드웨이에서 쇼 프로듀싱에도 참여했다. 그는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을 제작해 2012년 토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10년 프렌치 우즈의 동문 모임을 통해 재회했고, 그때 극장 관련 사업 구상을 나누게 되었다. 베어는 매년 브로드웨이 티켓의 19%가 팔리지 않아 “미판매 재고가치가 약 3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그들은 티켓 판매 과정에서 극장업계의 혁신이 부족하다는 점도 포착했다. 많은 웹사이트가 암호와 여러 단계들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할인 티켓을 찾는 과정이 매우 번거로웠다.
펜티와 베어의 목표는 재고 티켓을 할인가에 판매하고, 그 과정을 일사천리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극장 티켓 ‘할인주간’을 마련해 할인가나 심지어 무료로 티켓을 제공하는 앱을 개발했다. 당첨이 되면 대폭 할인을 해주는 티켓도 판매했다. 이 앱의 또 다른 장점은 티켓 구매에 30초도 안 걸린다는 것이었다.
이 앱은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에선 티켓당 7.50~12.50 달러, 다른 도시에선 5달러 수준이다. 반면 슈베르트 조합(Shubert Organization)( *역주: 미국 뉴욕 주의 극단) 소유의 텔레차지 Telecharge 수수료는 약 14달러에 이르고 있다.
펜티는 “투데이틱스만 있으면 따로 계획이 없어도 리스트를 읽어 내려가면서 색다른 저녁 이벤트를 구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장을 맡고 있는 펜티는 투자자, 파트너십, 사업 개발 관리를 담당하고, 베어는 CEO로서 상품, 마케팅, 운영을 관리하고 있다. 두 사람은 매우 밀접하게 협력을 한다. 펜티는 “이 점이 절친이자 공명판(sounding board), 인생의 오랜 부분을 함께한 공동창업자가 갖는 혜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뉴욕 시에 본사를 둔 투데이틱스는 현재 전체 브로드웨이 티켓 판매의 약 5%를 점유하고 있다. 고객의 최소 70%는 밀레니얼 세대다. 켄 대븐포트 Ken Davenport-토니상 수상 제작자이자 극장 업계 혁신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쓰고 있는 작가-는 “소비자들이 투데이틱스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투데이틱스는 아직은 상대적으로 마이너 플레이어라 할 수 있다. 간판급 브로드웨이 극장 소유주 일부가 여전히 투데이틱스와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앱을 통해 티켓을 구매할 경우, 극장 내 좌석 구역과 티켓 가격은 선택할 수 있지만, 특정 좌석은 고를 수 없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파트너십을 맺지 않은 브로드웨이의 일부 극장은 투데이틱스 고객이 매표소에서 티켓을 수령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투데이틱스 배달원들은 유별나게 붉은 티셔츠를 입고 뉴욕을 돌아다니며 직접 티켓을 구매해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펜티와 베어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회사가 새로운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Netflix처럼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앱이 고객의 과거 구매 이력 및 평점을 기반으로 추천 기능을 제공하도록 만드는 게 그들의 목표다. 베어는 “세상에 극장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도록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해주고 있다” 고 설명했다. 펜티도 이에 동의하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세상이 흥미롭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사업을 통해 추진한 방법보다 더 좋은 방안은 없을 것이다.”
[추천 극장들]
워너 시어터 (코네티컷 주 토링턴): 펜티는 이 극장이 1931년 개장한 굉장히 아름다운 아르 데코 (*역주: 1920~30년대 유행한 장식 미술의 한 양식. 기하학적 무늬와 강렬한 색채가 특징이다) 스타일을 가진 공간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극장이자 지역관광 및 록 공연장으로도 쓰인다고 설명했다.
런던 팔라듐: 펜티는 상징적인 이 극장에서 웨스트 엔드 West End (*역주: 영국 런던 서쪽의 극장밀집지역) 뮤지컬을 꼭 관람해보라고 추천했다. 극장 소유주 앤드루 로이드 웨버 Andrew Lloyd Webber가 와인 애호가여서 ‘위층에 훌륭한 바’도 있다고 귀띔했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 베어는 당신이 지독한 오페라 광팬은 아니더라도, 이 ‘금박 입힌 보석’같은 극장은 경험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극장은 1800년대 중반 건설됐으며, 최상급 공연들을 상연하고 있다.
델라코테 극장: 퍼블릭 시어터 Public Theater가 야외 공연장에서 A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무료로 공연하고 있다. 베어는 “언제나 기억날만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Tom Huddleston 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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